주민들의 반대로 서구가 배수 펌프장 설치 위치를 재검토하면서다. 정확히는 지하의 배수 펌프장과 같이 들어설 지상의 관리동 위치를 놓고 주민들의 이견이 크기 때문인데, 서구는 우선 의견을 종합해 위치 재검토를 마치겠단 입장이다.
30일 취재 결과, 서구 정림동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은 2020년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 인근의 재발 방지를 위한 사업이다. 420억 원을 들여 2025년까지 해당 지역의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배수 펌프장과 하수 저류시설을 설치한다.
현재 기본계획과 실시설계가 마무리됐지만, 배수 펌프장 설치 위치가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인근 무궁화공원 지하에 설치될 배수 펌프장과 함께 지상에 관리동 조성이 필요하단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무궁화공원 지상에 관리동이 들어서면 공원 면적이 크게 줄어드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림동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무궁화 공원 지하에 배수 펌프장이 설치되는 것에 있어선 반대하지 않지만 관리동 조성 위치가 문제"라며 "관리동이 들어서면 공원 면적의 3분의 1이 줄어드는데 조성 위치가 10년 넘게 진행되던 정림동 벚꽃축제 메인행사장 중앙 진입로다. 그 자리가 없어질 수 있어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인근의 서구국민체육센터 게이트볼장과 테니스장 부지에 배수 펌프장과 관리동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이번엔 시설 이용객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이트볼장을 이용하는 한 시민은 "게이트볼장과 테니스장 부지를 활용하게 되면 이후 공사하는 2~3년간은 못 쓰게 된다"며 "서구국민체육센터 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연령이 고령층이다. 때문에 중간에 못 쓰게 되는 부분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서구의 부족한 설명을 탓하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서구는 기본 설계 이후와 이달 초 두 차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한 주민은 "처음 설명회 당시 무궁화공원에 배수 펌프장을 조성한다고만 했지 (관리동과 같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며 "이후에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설치되고 공원이 어느 정도 잠식당하고 이런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없던 것이 아쉽다"고 했다.
서구는 주민들의 여러 의견을 종합해 일단 재검토를 마치겠단 계획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기본계획을 세우고 무궁화 공원에 배수 펌프장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설명을 했었지만 관리동 설계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이뤄져 다시 주민설명회를 열어 말씀을 드렸다"며 "현재 공원 잠식 등 주민들의 여러 의견을 종합해 재검토에 들어갔고, 공사 기간이 얼마나 지연될지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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