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어우가 환경운동을 시작했던 2년 전, 2020년 중국 남부에서는 물폭탄이라고 할만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우리에게는 계림으로 잘 알려진 관광지인 구이린은 중국 강남(창장, 長江 이남의 뜻으로 수일전 물난리가 난 서울 강남은 아님)의 푸른 산과 맑은 강, 그리고 기이한 석회암 봉우리로 유명하다. 이런 유복한 자연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어우에게 환경 운동은 당연한 귀결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에서 어우의 환경 운동은 반중국 행위로 인식되어, 못마땅해하는 정부와 지역사회를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고 소개되었고, 그후 현재 상황은 알려지지 않아 많이 안타깝다. 툰베리처럼 언론이 주목하는 경우가 아니라서 어우의 생각을 엿볼 순 없지만, 2년전 어우의 트위터를 잠깐 살펴보면 "天下興亡 匹夫有責"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직역하면 천하의 흥망이 필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인데, 어찌 10대 소녀 어우가 천하를 운운할 수 있는 건지, 권력자가 아닌 평민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어 진다. 그러나 청나라 초기와 말기의 사상가였던 고염무(顧炎武, 1613~1682)와 양치챠오(梁啓超, 1873~1929)의 해석을 참고해 보면 조금 달라진다. "나라가 망하는 망국은 집권세력의 문제지만, 천하는 인간세상이라 그 흥망은 평민들에게 달려 있다"라는 정권과 떨어져 윤리와 도덕적 의미까지 품으면 이에 대한 의견이야 여럿 갈래일 수 있으나,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된다.
우리 나라에도 툰베리, 어우홍이 같은 청년 환경 운동가들이 있고, 그 중에는 청소년 녹색당 공동대표를 했던 최혜성(20)씨가 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기후 활동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정작 피해를 입게 될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모두 배제된 채 정치와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춰진 결론이 나와 허탈했다"라고 얘기한다. 최혜성씨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꼭 에너지같은 거창한 거대 담론이 아니어도 삶 속에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도 제안한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 주어야 할 환경이 문제라면 다음 세대의 의견이 당연히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더 현명할 수 있다. 우리 세대가 갈구했지만,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보면.
미국과 중국이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으로 생긴 갈등이 기후협력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모양이다. 툰베리가 G7의 각국정상들을 꼬집었던 대목이 생각난다.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기후 문맹'에서 기후변화의 현 상황을 천하 흥망의 관점에서 보라는 '기후 문해력' (Climate Literacy)을 가지라고.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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