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미술과 음악의 특성 : 이 두 예술 분야의 특성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 "시각과 시간"을 든다. 미술은 시각적 예술이다. 그림은 한눈에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부분을 디테일하게 보고 싶다면 반복해서 보면 된다. 시간이 흘러도 그림은 그대로이니까.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음악은 시간 흐름 속에서 계속 변한다. 따라서 음악의 형태를 알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은 음악의 필수불가결 한 요소다.
생각보다 클래식은 가까이에 있다 : 인터넷에서 Carl Orff(칼 오르프)의 Carmina Burana(카르미나 부라나) 중 "O Fortuna(오 운명이여)"를 검색해보자. 여러분은 "이게 클래식이었어?"라고 놀랄 것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의 "환희의 송가" 테마, 쇼팽의 녹턴 2번,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Adagietto'(2022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에 나온다),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 중 4번째 부분 등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해 온 음악들이다. 그럼 여기서 독자들께 질문드리고자 한다. "이 곡들의 전체를 들어보셨나요?" 이는 오늘의 주제 "음악의 나무와 숲"을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음악의 나무와 숲 : 음악의 나무는 잘 알려진 짧은 선율이다. 위에 열거했던 선율들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 선율 자체로서 완벽하고 감동을 준다.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이 음악의 단편들은 강한 인상과 감동을 남긴다. 음악의 나무(부분)는 잘 알려진 선율이다. 음악의 숲은 구조다. 음악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선 두 가지 음악 속성을 알아야 한다. 음악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선 첫째 '반복'을 알아야 한다. '반복'을 통해 음악의 규칙과 구조를 만들거나 파악할 수 있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보면 첫 선율(a)이 나오고 이어 새로운 선율(b) 그리고 다시 첫 선율(a)이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를 간단히 a-b-a로 표시한다. 3등분 되어있으므로 3부 형식이라고 한다. 선율의 반복을 사용하여 구조(형식)를 만들었다. 두 번째 긴장과 이완이다. 이는 음악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구성하기 위해 고려된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이 긴장과 이완을 조화롭게 적용하여 작곡한다. 예컨대 단조로 시작했으면 중간엔 장조로 그리고 다시 단조로 조바꿈하여 긴장과 이완을 이끌어낸다.
음악의 숲 : "엘리제를 위하여"를 처음부터 들어보자. 위에서 언급했던 a-b-a로 된 부분을 대문자 A로 표시한다. A가 반복하여 연주되면 새로운 음악이 나온다. 이를 B라 하자. 사랑의 그리움이 담긴 A는 단조로 시작된다. 그러나 B는 장조로 바뀐다. 희망과 기쁨이 표현되었다. 다시 A가 나오고 A가 끝나면 또 다른 음악(C)이 나온다. 마치 사랑에 대한 불안함 초조함이 표현되었다. C가 마치면 다시 A가 나오며 음악은 마친다.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배치되어 사랑스러운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베토벤의 사랑이 담긴 '음악의 숲'을 들었다 : 클래식에는 음악으로 만든 스토리가 있다. 이를 이해하고 음악을 들을 때 특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음악의 숲을 보는 것과 같다. 음악의 나무(단편)들이 모여 숲(전체)을 이룬다. 그렇게 우리는 "숲을 보듯 음악을 듣는다." 가을이 온다. 스토리가 있는 클래식은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 하리라 믿는다. 올가을 코로나 음악과 함께 극복해보자. 코로나 19 이 또한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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