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음악의 재발견 5. “숲을 보듯 음악을 듣는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음악의 재발견 5. “숲을 보듯 음악을 듣는다.”

안성혁 작곡가.

  • 승인 2022-08-29 14:52
  • 수정 2022-08-30 09:41
  • 신문게재 2022-08-30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안성혁 작곡가
안성혁 작곡가.
아침저녁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기분 좋은 바람이다. 올여름은 65여 년 만의 더위라고 했다. 비도 많이 내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곧 산하엔 단풍의 물결이 일 것이다. 자연의 멋진 예술품이다. 나무들은 겨울을 준비하며 잎을 단풍으로 물들이고 그 나무들이 모여 산 전체를 단풍의 경관을 이룰 것이다. 나무(부분)가 모여 숲(전체)을 이룬다. 전체를 볼 때 진정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음악도 그렇다. 지금부터 '음악의 숲과 나무'의 얘기를 해 보자.

미술과 음악의 특성 : 이 두 예술 분야의 특성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 "시각과 시간"을 든다. 미술은 시각적 예술이다. 그림은 한눈에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부분을 디테일하게 보고 싶다면 반복해서 보면 된다. 시간이 흘러도 그림은 그대로이니까.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음악은 시간 흐름 속에서 계속 변한다. 따라서 음악의 형태를 알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은 음악의 필수불가결 한 요소다.

생각보다 클래식은 가까이에 있다 : 인터넷에서 Carl Orff(칼 오르프)의 Carmina Burana(카르미나 부라나) 중 "O Fortuna(오 운명이여)"를 검색해보자. 여러분은 "이게 클래식이었어?"라고 놀랄 것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의 "환희의 송가" 테마, 쇼팽의 녹턴 2번,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Adagietto'(2022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에 나온다),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 중 4번째 부분 등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해 온 음악들이다. 그럼 여기서 독자들께 질문드리고자 한다. "이 곡들의 전체를 들어보셨나요?" 이는 오늘의 주제 "음악의 나무와 숲"을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음악의 나무와 숲 : 음악의 나무는 잘 알려진 짧은 선율이다. 위에 열거했던 선율들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 선율 자체로서 완벽하고 감동을 준다.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이 음악의 단편들은 강한 인상과 감동을 남긴다. 음악의 나무(부분)는 잘 알려진 선율이다. 음악의 숲은 구조다. 음악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선 두 가지 음악 속성을 알아야 한다. 음악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선 첫째 '반복'을 알아야 한다. '반복'을 통해 음악의 규칙과 구조를 만들거나 파악할 수 있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보면 첫 선율(a)이 나오고 이어 새로운 선율(b) 그리고 다시 첫 선율(a)이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를 간단히 a-b-a로 표시한다. 3등분 되어있으므로 3부 형식이라고 한다. 선율의 반복을 사용하여 구조(형식)를 만들었다. 두 번째 긴장과 이완이다. 이는 음악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구성하기 위해 고려된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이 긴장과 이완을 조화롭게 적용하여 작곡한다. 예컨대 단조로 시작했으면 중간엔 장조로 그리고 다시 단조로 조바꿈하여 긴장과 이완을 이끌어낸다.



음악의 숲 : "엘리제를 위하여"를 처음부터 들어보자. 위에서 언급했던 a-b-a로 된 부분을 대문자 A로 표시한다. A가 반복하여 연주되면 새로운 음악이 나온다. 이를 B라 하자. 사랑의 그리움이 담긴 A는 단조로 시작된다. 그러나 B는 장조로 바뀐다. 희망과 기쁨이 표현되었다. 다시 A가 나오고 A가 끝나면 또 다른 음악(C)이 나온다. 마치 사랑에 대한 불안함 초조함이 표현되었다. C가 마치면 다시 A가 나오며 음악은 마친다.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배치되어 사랑스러운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베토벤의 사랑이 담긴 '음악의 숲'을 들었다 : 클래식에는 음악으로 만든 스토리가 있다. 이를 이해하고 음악을 들을 때 특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음악의 숲을 보는 것과 같다. 음악의 나무(단편)들이 모여 숲(전체)을 이룬다. 그렇게 우리는 "숲을 보듯 음악을 듣는다." 가을이 온다. 스토리가 있는 클래식은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 하리라 믿는다. 올가을 코로나 음악과 함께 극복해보자. 코로나 19 이 또한 지나가리니….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