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지구온난화, 빙하기, 인류의 적응과 취약 계층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지구온난화, 빙하기, 인류의 적응과 취약 계층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 승인 2022-08-29 08:23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시사오디세이)
박양진 교수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지면서 창문을 열어놓고 자면 감기 걸리기 쉬운 환절기가 됐다. 폭염과 집중호우를 번갈아 겪었던 여름은 이미 지나가고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후 위기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국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가뭄과 폭염을 경험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기상 이변으로 인해 막대한 물적·인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의 배출이라는 인류 행위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서 지구가 처한 기후 변화는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과 심지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것으로 예측하는 뉴스와 연구들이 하루가 멀다고 발표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세계적이며 장기적·점진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각 지역에서 경험하는 양상은 세부적으로 다를 수 있다. 지난 일요일 아침 최저기온이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2000년 이후 대전시의 연간 강수량은 오히려 감소했지만, 강수는 장마 기간에 주로 집중된다는 대전세종연구원의 최근 분석 결과도 흥미롭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지구온난화의 추세는 확실히 계속되고 있으며 국지적인 기상 이변 역시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의 비교적 최근의 기후환경을 살펴보면 지구적 기후의 변화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260만 년 전에 시작된 홍적세 동안에도 수십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가 순환했고 최후 빙하기가 끝난 12,000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이른바 현세(충적세)는 다음 빙하기가 오기 전까지의 하나의 간빙기로 간주되기도 한다.



고인류학과 지질학에서 확인한 최후 빙하기는 약 11만 년 전에 시작됐다. 그 가운데 2~3만년 전 무렵의 최후 빙하 극성기 동안에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6도가량이나 낮았고, 추운 날씨로 인해 고위도 지방과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세계 육지의 1/4이 빙하와 만년설에 의해 덮여 있었다. 빙하와 눈의 총량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았던 만큼 바닷물의 양은 줄어들어 당시 해수면은 지금보다 100m 이상 낮아서 현재의 서해를 포함한 많은 해안지역이 육지로 변했다.

이렇게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동물 사냥과 식물 채집을 하면서 생존했던 인류는 놀랄만한 문화적·예술적 업적도 성취했다. 스페인 알타미라와 프랑스 라스코와 쇼베 등 유럽 남부 동굴 유적의 벽면에는 야생말과 야생소, 코뿔소, 털코끼리 등 현재는 멸종된 당시의 동물들을 생생하게 그린 벽화가 발견됐다. 또한, 동물과 인물의 형태를 갖춘 소형 조형물도 제작해 예술적 표현과 함께 의례와 종교 활동도 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류가 최초로 신대륙으로 이주하게 된 것도 이 최후 빙하기 동안이었다. 해수면이 하강하면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 해협이 육지로 변했고 이곳의 해안 지대를 따라 시베리아에서 신대륙으로 이주한 아시아계 인류가 결국 북미는 물론 남미 대륙의 남단까지 진출한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맞아 빙하기의 인류 활동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기후환경이라는 외적 생존 조건의 변화 속에서 그 잠재력을 발휘하는 인류의 적응 능력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이 5만 년 또는 10만 년 후에나 올지 모르는 다음 빙하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일 수는 없다. 지구온난화는 상대적으로 장기적·점진적인 것이지만, 현재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의 피해는 우리와 우리의 후손이 지금 당장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경제적 취약 계층일수록 이러한 기후 변동의 피해는 더 직접적이며 치명적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며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근본적, 지속적 행동과 함께 당장 피해가 예상되는 취약 지역과 계층을 기상 이변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 정부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