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노무사 |
무효로 판결하며 제시한 근거는 위 법령은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강행규정에 해당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것은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무효에 해당하는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며 그 판단 기준을 설명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판결이 정당한지는 아직도 공감이 크게 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순수의 연봉제, 성과에 연동한 급여체계가 구축돼 있다기보단 아직도 대다수 회사와 연구소, 공공기관 등에서는 외관은 연봉제, 성과연봉제 등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그 실제를 보면 연공에 기초한 급여체계가 유지·운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젊은 직원들의 경우 실제로 일을 더 많이 하고 보직을 수행해도 연공에 기초해 설계된 급여체계에서 낮은 급여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 또한 연령에 의한 차별이 아닌가? 물론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직원들과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기업이든 그 핵심은 3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이 주축을 이루는 것이 현실이지만 50대 후반의 직원들에 비해서는 급여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공공기관이나 정부, 지자체에서 출연한 기관들은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기관들은 매년 특출난 성과를 보여주기란 쉽지 않기에 보수체계가 근속기간에 따라 자동승급하는 형태로 구성될 수밖에 없고 근속에 따른 승급은 연령에 기초하는 것을 일체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다 매년 정부에서 정하는 임금인상률이 추가로 적용돼 급여가 인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또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효과에 해당한다. 그렇다 보니 보직을 맡지 않고 일반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상당한 임금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동일한 업무를 신입직원이 하면 기관 내 초봉을 적용받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일반 사기업도 기업체 운영에 있어 연공의 요소를 일체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고위직인 임원까지 승진하는 것은 특출난 성과가 있거나 조직 내에서 특별함을 인정받아야 하는 등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근속기간이 일정 기간 충족되고 그 기간 동안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차장이나 부장까지는 승진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리고 사기업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젊고 능력 있는 직원들에 의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년을 유지해주면서 일정한 연령 도래 시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단순히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까?
또한 임금피크제 도입 시 과반수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도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 취업규칙으로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도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최소한 그 사업장 내에서는 그와 같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는 합리적이다라는 그 조직 내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라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별도 조치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단순히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영록 노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