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빛고 축구부 주장 최연우(18)가 연습게임을 마치고 골키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키가 작은 선수도 골문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축구에서 골키퍼는 '잘해야 본전'인 기피 포지션으로 통한다. 현대축구에 있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골키퍼는 키가 큰 어중간한 선수들이 맡는다는 포지션으로 인식되어 있다.
한빛고 골키퍼이자 주장 최연우(18)도 다르지 않았다. 축구와 인연을 맺었던 초등학교 시절 필드 플레이어로 축구를 시작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존재감이 줄어들었고 어느 날 문득 비어 있는 골문이 눈에 들어왔다. 170cm도 안 되는 작은 키에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재활훈련을 반복하고 있어도 단 한 번도 골커퍼를 선택한 자신을 원망하지 않았다.
"키가 작은 만큼 남들보다 한 발짝 더 뛴다는 생각이에요. 밑으로 오는 공은 다 제공이라 생각하고 막아야죠" 최연우의 장점은 빠른 판단력과 위치선정이다. 강일주 한빛고 감독은 "(최)연우는 기본기가 잘 되어 있는 선수다. 공을 보는 눈이 빠르고 운동 신경이 좋아 이번 전국대회에서도 신들린 선방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최연우에게 8일 열린 전국여자축구선수권 고등부 결승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상대는 전국최강의 전력을 가진 울산 현대고였다. 불과 2년 전까지 자신이 몸을 담았던 친정팀이었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됐고 결국 승부차기로 우승팀을 가려야 했다. 4명의 키커에게 골을 내준 최연우는 5번째 키커의 슛을 막아냈고 결국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연우는 "골을 넣은 것 이상으로 기뻤다. 내가 다녔던 학교라 더욱 지고 싶지 않았다"며 "내가 이것을 막아야 후배들이 더 뛰지 않아도 된다. 연장까지 뛰어준 팀원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연우의 롤모델은 여자축구 레전드 골키퍼로 불리는 김정미 선수다. 현재 WK리그 현대제철 소속으로 국가대표와 소속팀을 오가며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최연우와는 청운중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위치 선정이 강점이다. 최연우는 "일전에 김정미 선배를 만난 자리에서 골키퍼 장갑을 선물 받은 기억이 있다.
선배님 경기 모습을 보면 빠른 판단력으로 수비라인 전체를 조율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내가 닮고 싶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원FC 이광연 선수도 개인적으로는 팬이다. 골키퍼로는 단신이지만 순발력이 좋은 선수다. 두 선배 모두 내가 부족한 부분을 가진 선수들이다"라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3학년인 최연우는 내년 강원도립대 입학 예정이다. 대학 무대에서도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고 차후 WK리그로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최연우는 "대학이나 프로팀 어디를 가더라도 그 무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태극마크도 달고 싶다. 저와 같은 단신의 선수들도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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