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빛고 축구부 강일주 감독이 오후 연습시간 선수들과 패싱 게임을 진행하며 부분 전술을 지도하고 있다. |
강일주(62) 한빛고 여자축구부 감독이 전국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건넨 말이다. 강 감독이 이끄는 한빛고는 이달 8일 열린 제21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고등부 결승전에서 강호 울산현대고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승리했다.
한빛고 축구부는 여자고등부에서 '언더독'으로 유명했다. 언더독이란 '싸움에서 진 개'라는 뜻으로 강한 상대를 만나 매번 패하는 팀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다. 한빛고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승 타이틀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2021년 제29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서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올라갔으나 강호 포항여전고에게 무려 6골을 내주며 6-0으로 패했다. 경기 후 눈물을 보이며 경기장을 나오는 선수들이게 강 감독은 질책 대신 "이것이 우리의 첫 걸음이다"라는 말로 위로했다. 그리고 1년 2개월 후 한빛고는 전국여자축구 고등부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강 감독 부임 1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강 감독은 대전출신 축구인이다. 대전동중-마산고를 거쳐 98년까지 주택은행 축구단 소속으로 활약했다. 은퇴 후 독일로 건너가 지도자 연수를 받았고 충남인터넷고,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코치, 통영고 감독 등 지도자 경험을 두루 거쳤다. 어린 선수들 지도에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지만, 여자 축구의 경우 남자 축구와는 달리 세밀한 지도가 필요하다. 2014년에 창단한 한빛고 축구부는 2015년 추계여자축구연맹전 우승 이후 7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축구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이사장과 교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못했다. 선수들도 패배의식에 깊게 젖어 있었다. 강 감독은 침체된 훈련 분위기부터 바꿨다. 틀에 박힌 체력 위주의 전술과 기술을 접목해 축구에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강 감독은 "축구는 노동이 아니다. 즐겁게 운동해야 몸에 배는 것"이라며 "질책보다는 용기와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것이 나름의 지도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한빛고 축구부 강일주 감독이 오후 연습시간 선수들과 패싱 게임을 진행하며 부분 전술을 지도하고 있다. |
한빛고의 다음 목표는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이다.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강 감독은 "준비된 선수는 좌절하지 않고, 준비된 팀은 패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선수들에게 항상 주지시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강팀에 절대 밀리지 않는 여고부 최강 한빛고를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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