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이제는 개개인성의 시대: 평균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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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이제는 개개인성의 시대: 평균의 종말

김정태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 승인 2022-08-22 08:2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김정태 배재대 영어과 교수(시사오디세이)
김정태 교수
2013년에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에서는 서울대 대학원생과 함께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서울대 학생들은 평균보다 우수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공부에 흥미를 잃었지만, 하버드대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집단을 중시하는 동양에서 공부는 사회적 기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통로지만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는 서양에서 공부는 자기 발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해석하였다.

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서 "중간만 해라. 튀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물론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을 겪으셨던 부모님의 삶의 지혜의 말씀에 이해는 갔다. 왜 대부분 우리는 평균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평균에 도달하면 더 이상 성장 발전하려는 의지가 꺾이는 것일까?

평균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뇌리에 세뇌되어 있는 것 같다. '중간만 하라'는 말이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은 둘 다 '주어진 틀을 벗어나지 마라,' '평균적인 삶보다 튀지 말라'는 말이다. 이렇게 평균은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표준화된 인재를 양성하여 사무직이나 생산직에 투입하는 데 필요한 개념으로 널리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틀인 평균을 넘어서는 튀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들이 필요한 것이다.



더욱이 평균이라는 개념은 너무도 많은 세부 요인들을 가려 버리는 단점이 있다. 하버드대 ‘토드 로즈’ 교수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개개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래 두 학생은 성실성 평균 점수가 동점이어서 동일한 속성을 지난 사람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의 성실성을 측정한 평균 점수는 같더라도 상황별 점수는 서로 너무도 달랐다. 이런 두 사람을 동일한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칼럼이미지
참고: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2018년. 21세기북스
이러한 개개인성의 계발을 위해 2015 개정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개발되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학생들의 핵심역량 배양을 목표로 교육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우수한 교육과정과는 달리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여전히 5지 선다형 객관식 시험으로 암기력과 논리력을 평가하려고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제공하는 과목별 9등급 결과는 평균의 산물이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도무지 수능의 형식과 운영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에 미래인재의 핵심역량으로 복합 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 인적 자원관리능력, 협업능력, 감성지능, 의사결정능력, 서비스 지향성, 협상 능력, 인지적 유연성 등을 발표했다. 그 어디에도 지식의 암기력이나 논리력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주어진 문제보다 새롭고 불분명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해진 답을 암기하여 짧은 시간에 맞추는 능력을 평가하기보다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다양한 시각과 시도로 풀면서 가장 적합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 교육은 전체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 개개인성을 주목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핵심역량을 배양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평가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조만간 수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생겨날지 모르는 초연결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길이다.

/김정태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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