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한밭대 부총장, 링크 3.0 단장. |
우리 모두는 리더이다. 가정에서 부모로서, 직장에서 관리자로서 그리고 소모임 등에서이다. 다만 좋은 리더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문제이다. 물론 국가나 조직을 대표하는 리더의 경우 그 중요성과 파급력은 작은 단위보다 매우 크다. 노자는 일찍이 "부하가 경멸하는 리더는 사악한 리더요, 부하가 존경하는 리더는 괜찮은 리더요, 부하로 하여금 '자기가 해냈다'고 신나게 만드는 리더가 위대한 리더"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 6년 7개월 중 만 5년을 정무(政務)와 군무(軍務) 겸직의 전시(戰時) 수상과 4도 도체찰사직을 맡아 두 가지 전쟁을 치러냈다. 첫째는 명, 왜(明, 倭)의 물밑 강화협상을 통한 조선분할 획책을 막아내는 '분할저지 전쟁'이고, 둘째는 전쟁으로 식량이 완전히 고갈된 조선에서 식량을 모아 명군과 조선군에 식량을 대는 '군량 전쟁'이었다. 지금으로 친다면 외교와 경제 전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전 중 고전으로 꼽히는 '군사학 논거'를 쓴 베게티우스의 금언,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를 가장 간절히 느낀 사람이 서애와 우리 조상들이 아니었을까?
그의 리더십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 통찰의 리더십이다. 그는 당시 국제정세를 꿰뚫어 보고 어떻게 나라를 지킬 것인지를 고민하고 바다를 막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육군 말단장교인 이순신을 전격 발탁해 전라도 수군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둘째, 준비의 리더십이다. 그는 끊임없이 준비를 통해 예감을 예견으로, 이를 예측과 예비로 만들 줄 알았다. 그래서 군량미, 전함, 군사력,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셋째, 방법론을 챙기는 리더십이다. 조선은 원칙, 당위는 있었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론(methodology)이 취약한바, 그는 어떻게 나라를 살릴지, 군비를 조달하고 백성의 마음을 얻을지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넷째, 유연과 아량의 리더십이다. 리더가 경직되면 조직은 딱딱해진다. 부드러움 속에 경직된 조직을 막고 소통이 일어나게 하였다. '힘쓰는 자리'가 아닌 '일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다섯째, 물러남의 리더십이다. 전쟁이 마무리되고 이순신 장군이 죽는 그 날, 1598년 11월 18일, 그도 물러나 낙향한 후 한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리더십에서 오늘날 '변혁적 리더십'의 특성을 발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전을 제시해주는 리더, 겸손과 인내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리더, 사람을 감동시켜 일에 참여토록 하는 리더, 항상 학습하는 리더,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참고 잘 관리하는 리더, 자신보다 훌륭한 후계자를 양성하는 모습이다.
2022년은 리더십의 변환시기이다. 정부도 지자체도 그리고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리더의 공백이 조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리더가 반드시 특출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의 목표를 잘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달성하도록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영향을 미치면 된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두고 그들의 잠재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 '또 다른 위대한 만남'을 통해 국가와 지역, 대학과 기업이 맞은 오늘의 위기를 예비하는 지혜를 모을 때이다. 2022년 여름, '한산'과 '명량'을 다시 보며,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하자는 징비(懲毖)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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