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음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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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음주문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8-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어느 누가 만들었을까? 누리소통망에서 주량등급이란 글을 보았다. 바둑이나 무술과 같이 18등급으로 나누었다. 술과 친숙하지 못하거나 목적이 있어 마시는 것은 급에 해당한다. 애주가가 되어야 유단자가 된다. 술 마시는 것이 취미(酒道)이다. 술에 반하고(酒喀) 술의 진경을 터득(酒豪)하는 단계를 거친다. 가장 많이 마신다고 할까, 폭주 하는 사람(酒狂)은 4단에 해당한다. 아직 깨달음이 부족해 더 수련에 매진하는 것이란다. 그를 넘어서야 주도 삼매경에 빠진다. 주선(酒仙)인 5단이다. 진일보 하면 술을 진정 이해하고 아끼는 6단 주현(酒賢)이 된다.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함께 유유자적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진정 술을 즐기는 7단 주성(酒聖)에 이른다. 주성을 넘어서면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 없는 단계(酒宗)에 이르고, 9단은 주졸(酒卒)이란다. 술로 속세를 떠난 사람으로 신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술에 관한 무용담이 많은 사람은 주광에 해당할까? 주선쯤 될까? 몇 날 며칠을 마셨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로 남에게 저본 일이 없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마신 양으로 기선 제압하기도 하며,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으스대기도 한다. 술고래라 불린다. 메고는 못가도 마시고는 간다고 호언장담(豪言壯談)하기도 한다. 우리 세대는 술로 조직 관리하기도 하였다. 술로서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누군가 쓰러질 때까지 술자리를 이어간다. 본인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주량으로 보여주려는 무리수다.

술을 예찬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술의 순기능에 대한 것이다. 술 마시니 시름이 사라진다. 술은 곧 철학이요, 서로 화합하게 해준다. 무한한 용기도 주고 관용도 준다. 창작 의욕이 솟구친다. 세상을 아름답게,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가장 훌륭한 음료이다. 적당한 음주는 보약이며 사랑의 묘약이다.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창작품이라는 빅토르 위고(1802 ~ 1895, 프랑스 문호)의 말도 있다.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 이태백(701 ~ 762, 중국 당나라 시인)이 술에 관한 시를 가장 많이 남겼지 않나 싶다. 달과 그림자와 셋이서 술 마신다는 <월하독작>, '일배일배부일배'가 들어있는 <산중대작> 등은 고금의 애주가들이 부단히 음송하며 즐긴다. 뿐인가, 홀로 뱃놀이 하며 술 마시다, 강물에 빠진 달을 건지려다 강에 빠져 천국으로 향하였다. 시로서 시선에 이르렀고, 술로서 9단 주졸에 오른 것이다. 애주가의 로망이기도 하다.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있는 법이다. 술에 취해 주정부리면 주정뱅이라 한다. 부정과 긍정적 측면을 아우르는 주태백이란 방언도 있다. 주태배기는 술고래의 방언이다. 주정뱅이는 주변에 폐 끼치는 경우를 이른다. 유형도 다양하다. 고성방가로 영역을 넓히는가 하면, 난잡한 행동으로 남에게 불쾌감을 준다. 걸핏하면 행패 부리거나 시비도 건다. 끊임없이 말이 많기도 하고 중언부언하기도 한다. 자해하기도 한다. 자신을 학대하거나 하염없이 울어댄다. 용기가 지나쳐 오만방자해지기도 한다. 그러면 실수 남발로, 본의 아니게 실없는 사람, 믿지 못할 사람이 된다.



항상 술에 취해있는 사람도 있다. 술에 의존하는 것이다. 지나치면 알콜 중독이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아닌가? 세상만사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일반적으로 간 기능 저하가 회자되지만, 모든 장기는 물론 뇌세포에 이르기까지 신체에 무리가 되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술에 장사 없다. 술을 이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누구나 죽기 살기로 술 마시던 때가 있었을 법하다. 폭탄주, 소맥 등 주류불문이고, 두주불사다. 나이 들어서는 괜스레 소주가 정겹고,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나기도 한다. 추억과 향수를 마시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한 잔을 마셔도 의미 있고 품위 있게 마신다 한다. 술자리 분위기, 술의 향과 맛을 즐긴단다. 진일보한 음주문화가 아닐까?

필자는 음주등급이 초보수준이라서 급수에도 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술자리에서 먼저 자리 털고 일어나지는 않는다. 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함께한다. 나름, 술의 순기능에 공감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술자리가 열렸다. 어김없이 술 이야기가 술상에 올라, 그동안 보고 들은 술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국민건강을 헤아리는 의료계에선 마시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순기능에 매달려 마신다 해도, 멈출 줄 알아야 진정한 애주가가 아닐까? 술이 술을 마시거나, 술이 사람을 먹으면 사고를 부른다. 이런 지인이 있다. 밤새워 술 마셔도 자세나 말에 흐트러짐이 없다.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사람에 취해, 그저 즐기는 것이 전부다. 취해도 음주를 조절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변곡점을 깨닫고 멈춤, 절제를 실천하는 것 아닐까?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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