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시간의 신비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시간의 신비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 승인 2022-08-18 16:53
  • 신문게재 2022-08-1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의 신비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의 저서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등에서는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랍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어 소개해 본다.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품은 사람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시간은 사물이 변화하는 척도'라 결론지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은 정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사물이나 사물의 변화와 상관없이 시간은 절대적이고 일정하게 흐른다는 주장이었다.

두 과학자가 시간에 대해 제시한 서로 다른 의견은 20세기 미국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시공간에 대한 중력장 이론'을 통해 통합됐다. 아인슈타인도 뉴턴처럼 시간은 존재한다고 보았다. 다만, 세상에 일어나는 현상들과 무관하게 일정하게 흐르지는 않는다. 절대적인 것이 아닌, 중력장의 크기를 측정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 여겼다.

중력장이란 중력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을 뜻한다. 절대적이거나 평평하지 않고, 구부러질 수 있어서 주변의 다른 것들과 밀고 당기는 관계에 놓여 있다. 실제로 우리는 휘어진 시공간 속에 존재한다. 중력이 큰 곳에서 시간은 더 느리게 흐른다. 높은 곳에 사는 사람보다 평지에 사는 사람이 지구로 인한 중력을 크게 받으므로 시간이 더욱 느리게 흘러 천천히 늙는다.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쿠퍼는 밀러 행성에서 3시간 탐사를 마치고 우주선 인듀어런스 호로 복귀하는데, 그 사이 23년이 흘러 동료 로밀리 박사는 늙어 있었다. 중력이 높은 밀러 행성에서의 1시간은 인듀어런스호에서 7년이었던 것이다. 추가로, 지구보다 중력이 28배 높은 태양 표면에서는 1년에 33초씩 시간이 느려진다. 지구에 비해 중력이 6배 낮은 달 표면에서는 1년에 100분의 1초(10 밀리초) 정도 시간이 빨라진다. 변화 속에서 시간이 정해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도 일정 부분 옳은 셈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중력뿐만 아니라 속도의 영향도 받는다. 예를 들어, 시속 300㎞의 KTX 열차 탑승자의 시계는 열차 바깥에 서 있는 사람의 시계보다 초당 25조 분의 1초 정도 느리게 움직인다. 지구 상공 20,000km의 중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낮은 중력으로 인해 시간이 빨라지는 효과와 시속 14,000km로 공전해 느려지는 효과가 일정 부분 상쇄돼, 하루에 10만분의 3초(30마이크로초) 정도 더 빨리 흐른다. GPS 위성에 지구 기준으로 시간을 보정하는 기능이 내재돼 있는 이유다. 이처럼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내가 어디 있는지, 인접해 있는 물질의 질량이 많고 적은지,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고무줄처럼 달라진다.

과거, 현재, 미래 관점으로도 접근해보자. 뉴욕에 사는 친구와 전화할 때, 상대 목소리가 나에게 전달되기까지 몇 밀리 초가 걸린다. 내가 듣는 친구의 현재가 사실 그에게는 과거다. 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시간차가 10분의 1초 정도이다. 이를 빛이 갈 수 있는 거리로 환산해보면, 지구 지름의 약 3배에 달하는 구면체가 현재라는 시간을 공유하는 최대 공간이 된다. 빛의 속도로 약 20분 떨어진 화성에 사는 친구와 화상통화를 한다면 우리가 보는 그의 모습은 20분 전일 테다. 이 20분의 시간 간격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가 확장된 것이다. 화성과는 20분이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와는 250만 년이다. 그러므로 우주에'같은 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는 우주 전체에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에 이어, 첫 달탐사선 다누리호 발사까지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우주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미 항공우주국이 추진하는 달 유인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며, 2030년에는 한국형 달착륙선을 보낼 계획도 세웠다. 인류가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해 먼 우주로 뻗어나가는 날이 머지않았다. 이에 대비해 국제 시간을 넘어 우주 시간까지 우리의 이해를 확장할 때다.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특수영상영화제, 'DFX OTT어워즈' 대전의 가을 밤을 빛내다
  2. 둔산1구역, 2차 선도지구 재도전 시동… 주민대표단 구성 승인 신청
  3. 출연연 채용·감사·홍보 행정 통합, 기대와 우려 '동시에'
  4. 74명 사상 안전공업 화재…“안전관리체계 부실이 부른 대형 인재”
  5.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권한과 예산 갖춘 '굿거버넌스'로… 대청호 관리 제도화해야
  1. 과학기술 연구 노조-사측 첫 소통워크숍… 출연연 역할 재정립 공감대
  2. 40대부터 재취업 준비… 세종 중장년 일자리 정책 달라진다
  3.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에 추석명절 식료품 키트 후원
  4. KAIST, 석유 대신 대장균으로 '친환경 핫멜트 접착제' 만든다
  5. [2027 수시로 간다] 보건의료 정체성 위에 AI를 입히다…대전보건대의 새로운 100년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 "행정수도 건설.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

이 대통령 "행정수도 건설.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추진해온 행정수도 건설을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연임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고, 전쟁 개입 또는 관여를 위한 파병도 없으며,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국민 존중이 부족했다"며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 이후로 저로서는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고, 너무 많은 과제 앞에 마음이 바빠 더 많은 이들의 마음..

세종TP 용역 비리의혹 파장… 세종시, 특감 한다
세종TP 용역 비리의혹 파장… 세종시, 특감 한다

<속보>=세종테크노파크(이하 세종TP)의 '자율주행 관제센터 보수·관리 용역' 비리 의혹과 관련, 세종시가 특정 감사에 착수한다. <중도일보 2026년 9월 17일자 4면 보도> 김효숙(어진·나성동) 세종시의회 경제문화위원장이 16일 해당 용역의 특정 업체 특혜 의혹과 불법 하도급 정황, 불필요한 예산 집행 등 의혹을 제기하고, 집행부를 상대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다가온다. 이와 더불어 세종TP도 17일 자체 특정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내부 자정 시스템을 통해 의혹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

기업 10곳 중 9곳 "올 추석, 나흘 이상 쉰다"
기업 10곳 중 9곳 "올 추석, 나흘 이상 쉰다"

올 추석 연휴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10곳 중 9곳이 나흘 이상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지난해보다 줄었고, 기업 절반가량은 추석 경기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7일 발표한 '2026년 추석 휴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7.0%가 올해 추석 연휴에 휴무를 실시한다고 답했다.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중 휴무 기간이 '4일'이라는 응답은 76.5%로 가장 많았고, '5일 이상'도 14.2%로 조사돼 나흘 이상 쉬는 기업은 전체의 90.7%에 달했다. 반면 '3일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