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이용자가 사기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당근마켓 캡쳐. |
'당근마켓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동네 중고거래 플랫폼의 대표 격인 당근마켓의 이용 약관이다.
어플을 중심으로 플랫폼 소비가 성장하며 사기 등 범죄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대전경찰청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사이버 사기·금융범죄 1817건을 단속한 결과, 전체 검거 건수 중 사이버 사기가 96.03%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유형별로는 '직거래 사기'가 1109건으로 가장 많았다. 피의자 검거 건수와 인원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0%, 40.3% 증가했으며 피의자 대다수는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젊은 층으로 확인됐다. 계좌번호나 예금주, 전화번호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채팅 창에서 금액을 보내고 판매자도 곧바로 입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당근페이' 등 안전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역부족인 셈이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중고 거래 플랫폼 관련 소비자 불만은 2790건에 달했다. '사전고지한 상품정보와 상이'가 32.4% 로 가장 많았고, '주문취소 시 환불 거부', '구매 후 미배송·일방적 계약취소' 순이었다.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등 온라인 판매 또는 영업 허가 없이 개인 판매가 불가한 품목 게시글도 최근 1년간 총 5434건 확인됐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범죄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대전에 사는 A씨는 "산책모임을 한다는 글을 보고 나갔는데 신천지였다"며 "채팅을 통해 미혼인지 기혼인지 묻고, 주부라고 하면 채팅이 끊기는 등 이성 만남이 목적인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플랫폼 유통과정에서 소비자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4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9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상대로 피해 구제를 요청한 건수는 2004건에 달했다. 품질 관련 요청이 가장 많았으며 청약철회요청, 계약 불이행이 뒤를 이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환불을 거부하거나 해외 구매의 경우 과도한 반품 비용을 부과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발란' 등 일부 업체에선 짝퉁을 팔아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숨고' 등 재능거래플랫폼의 피해구제 신청도 늘어나고 있지만, 서비스 구매자가 법적인 소비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택시 플랫폼에선 부당 요금을 부과하거나 취소 수수료를 과도하게 부과해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플랫폼 관련 정책 기조도 자율규제로 바뀌며 공정위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과 플랫폼 입점업체, 이용자 간의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법이다. 윤 정부는 자율분쟁조정기구 설치, 자율규약, 상생협약, 모범계약·약관 마련 등 자율규제방안을 구체화한다고 밝혔다.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는 19일 출범했다.
이유나 기자·윤주원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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