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8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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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8월의 추억

  • 승인 2022-08-17 17:03
  • 신문게재 2022-08-1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효인 증명사진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몇 해 전 일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선연하다. 여느 때처럼 기사 마감을 하고 있는데, 가족 단체 채팅방에 몇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엄마는 "아파트에서 본 병천"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몇 장의 사진을 공유했다. 나는 말을 잃었다. 아파트 앞쪽에서 내려다본 동네는 흙탕물에 잠겨 있었고 뒤쪽에서 내려다본 천변은 도로와 수위를 맞추려는 듯 찰랑거렸다. 부모님의 터전인 비닐하우스는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겨우 자라고 있던 어린 오이 줄기를 익사시켰다. 내가 삶의 대부분을 기억하게 된 나이부터 살았던 동네가 그곳이지만 그런 모습은 처음 본 너무 낯선 풍경이었다.

그날 저녁부턴 친척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각지에 살고 있는 큰아버지들은 고향 병천에 이렇게 비가 많이 왔다는 걸 믿기 어려워했다. 사촌들은 막내 삼촌인 내 아버지가 수재민이 됐다며 위로했다. 누구의 제안으로 시작됐는진 모르겠지만 위로금을 십시일반 모아 내게 전달해 줬다. 후에 그 돈을 건네받은 아빠는 눈시울이 잠깐 뻘게졌다. 2020년 8월 3일 내린 기습 호우의 기억이다.

지난 주말 부여와 청양 등 일부 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비가 내리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나 많은 비가 짧은 시간 쏟아진 줄을 모르고 있었다. 물폭탄을 직방으로 맞은 뉴스를 보고는 나와 내 가족이 느낀 감정을 느낄 누군가가 안쓰러웠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리는 비를 속수무책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그 마음과 앞으로 당장 먹고 살 걱정, 자연과 재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과 왜 이렇게 극단적인 날씨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 등이 그것인 것 같다.

재앙급 비가 내리는 빈도는 짧아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다. 잠깐새 좁은 지역에 물폭탄이 강타한다. 모든 재난을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다가오는 비극을 그대로 지켜보거나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사회의 재난시스템을 만들고 실행하는 이들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재난이 찾아와 누군가의 일상을 망가뜨린다면 최대한 빨리 그들을 일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2020년 병천에 물난리가 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을 복구하고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방과 수로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그 공사는 지난 주말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는데, 좀처럼 진척이 없는 느낌이다. 당장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움직임만 보일 게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할 테다.



이번 비 피해를 보며 또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아픔에 위로와 공감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수해 복구 현장에 자원봉사하겠다고 찾아가 사진 잘 나올 것을 기대하는 일은 다신 없어야 한다. 누군가의 고통을 남의 일로만 여겼다간 언젠가 자신에게 닥칠 8월의 악몽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힘들어하고 있을 그들이 빨리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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