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1-쇼핑충청] ‘빵·꿈(둔산예술단지)·철(철도)’ 대전쇼핑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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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1-쇼핑충청] ‘빵·꿈(둔산예술단지)·철(철도)’ 대전쇼핑 어때?

  • 승인 2022-08-31 16:31
  • 수정 2022-09-01 09:34
  • 신문게재 2022-09-01 10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내가 사는 지역'의 정체성을 묻는 말에 사람들은 바로 답을 말할 수 있을까. 항구도시 '부산', 예학의 고장 '전주', 충무공 이순신의 '통영'… 대부분 도시가 그러하듯 그 지역만의 문화와 역사를 끄집어내 이야기를 만들고 의미를 입혀 새로운 가치로 창출해낸다.

충청지역 중에서도 대전은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부족하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역사와 명소가 많은 지역으로 경부선 철도와 함께 탄생한 '근대도시'의 산물이다. 철도부설을 계기로 도시의 기틀을 마련한 대전은 옛 산업은행을 비롯해 동양척식주식회사, 충남도청사, 테미오래, 대전여중 강당, 대흥동성당 등 위용을 드러내는 근대건축물의 보고(寶庫)였다.

중도일보는 올해 창간 71주년을 맞아 '빵·꿈·철'을 주제로 대전의 주요 문화예술 콘텐츠 탐방로를 소개한다. 첫 번째 키워드 '빵'은 '성심당'과 그 일대를 둘러싼 '대전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를, 두 번째 키워드 '꿈'은 지역 예술의 꿈과 정체성을 품은 '둔산문화예술단지', 세 번째 키워드 '철'은 철도도시 대전이 상징하는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조명해 '유잼도시 대전'의 면모를 되새겨본다. <편집자 주>

탐방로동선
대전원도심 근대문화탐방로 동선 <그래픽:한세화 기자>
▲빵=성심당 빵거리와 '대전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
'대전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는 인동과 원동, 대흥동 등 원도심에 자리한 크고 작은 9개의 근대건축물 포인트를 연결한 문화재 코스다. 5.17㎞에 달하는 구간에는 중앙시장과 은행동 스카이로드, 대흥동 극단거리 등 볼거리와 먹거리를 동시에 즐길 문화 기반시설들이 즐비하다.



탐방로 중심에 자리한 '성심당'은 동네빵집에서 전국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근대도시 대전의 역사 정체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케익부띠크'(옛 성심당 본점)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현 본점을 비롯해 '플라잉팬', '옛맛솜씨', '오븐스토리', '삐아또', '테라스키친' 등 성심당의 F&B 친구들이 밀집해 있다. 지하상가에 있는 '우동야'까지 가세해 시민들의 외식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5월에는 옛 충남도청에서 열린 '빵모았당' 행사를 통해 10만여 명의 인파를 동원하며 성심당으로 비롯된 '빵의 도시' 대전의 지속 가능한 정체성을 확인했다. 축제 기간 시민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몽심', '콜마르브레드'를 비롯해 '베이크오프', '한스브레드', '달달보드레', '삼천제빵', '뚠뚠제과', '파란곰', '신라당', '하레하레', '정인구팥빵', 손수베이커리' 등 50개의 빵 브랜드가 축제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며 단순 먹거리가 아닌, 음식문화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대전에 방문하면 빵 순례도 추천해 본다.

탐방로코스
대전원도심 근대문화탐방로 코스 <그래픽:한세화 기자>
올해로 창립 66주년을 맞은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천막에서 찐빵을 팔던 시절부터 한결같은 경영철학으로 대전시민은 물론 '국민 브랜드'로 성장한 데 이어, 5월 케익부띠끄 옆 부지에 '성심당문화원'을 열어 경제적 가치를 넘어 문화적 나눔 실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전원도심 근대문화 탐방로'는 ①옛 산업은행(국가등록문화재 제19호, 동구 중앙로 198) ②목척교(동구 중동 318-2) ③옛 대전부청사(중구 중앙로 148) ④옛 충남도청(국가등록문화재 제18호, 중구중앙로 101, 대전근현대사전시관) ⑤옛 충남도청 관사촌(테미오래, 중구 보문로 205번길 13) ⑥옛 대전여중 강당(대전시 문화재자료 46호, 중구 중교로 56, 대전평생학습관 갤러리) ⑦대흥동성당(국가등록문화재 제643호, 중구 대종로 471) ⑧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국가등록문화재 제100호, 중구 대종로 470) ⑨옛 조흥은행(국가등록문화재 제20호, 동구 대전로 783, 신한은행 대전역금융센터)까지 9곳이며, 대전역을 시작으로 반환점을 도는 구조다.

대전역에서 가장 가까운 '옛 산업은행' 건물은 1937년 건립돼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자본으로 운영된 조선식산은행의 대전지점으로 쓰이다가 1997년까지 산업은행 대전지점으로 사용됐다. 만주와 독일에서 수입한 화강석으로 기단을 쌓고 2층 상단에 화려한 테라코타로 수평 띠를 둘렀으며, 그 밑으로 팔각형 기둥을 설치해 정면성과 함께 간결하면서도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옛 산업은행에서 1.3㎞가량 걸어가면 대전역과 마주하는 구도로 '옛 충남도청' 건물을 만난다. 대전의 근대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대표성을 띠는 건축물로 1932년 건립됐다. 당시 모더니즘 양식을 고스란히 반영한 데다, 원형 보존도 잘 돼 있어 건축학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주요 배경지로 쓰이며, 현재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도청사 활용방안에 마침표를 찍고, 202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제5 지역관인 수장보존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둔산문화예술단지
둔산문화예술단지 야경.<중도일보DB>
▲꿈(Dream)=지역예술 꿈+정체성의 산실 '둔산문화예술단지'
'둔산문화예술단지'는 대전예술의전당을 비롯해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 시립연정국악원, 평송청소년수련관 등 명실상부 대전 문화의 핵심지구다. 공연과 전시 관람은 물론 인근 한밭수목원과 갑천, 엑스포과학공원, 스튜디오 큐브, 대전신세계 아트앤 사이언스(art&science)까지 문화와 쇼핑, 관광까지 연계한 중부권 최대 문화예술 인프라를 품고 있다.

둔산지구 출범과 함께 개발 붐이 일던 1990년대 초부터 제기된 공공문화시설 집적화 구상은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로 급물살을 탔다. 1991년 둔산문예공원 조성계획 수립 이후 1997년 평송청소년문화센터, 1998년 대전시립미술관, 2003년 대전예술의전당, 2007년 이응노미술관과 한밭수목원, 2015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등이 차례로 건립되면서 대전 문화예술의 구심점이 됐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시장 후보 시절 둔산문화예술단지를 지역예술인들 중심 '대한민국 예술허브'로 만들기 위해 대전예술의전당 전용콘서트홀 확충, 엑스포다리와 한빛탑 사이 갑천 미디어아트존 조성, 도시철도 2호선(트램) 만년역과 평송수련원역 사이 퍼블릭아트 허브 조성 등 문화도시 대전의 르네상스를 그렸다.

예술단지의 중심축인 '대전예술의전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종합공연장으로 수용인원 1546석에 300여 명이 동시 출연할 수 있는 아트홀과 643석 수용에 150여 명이 동시 출연할 수 있는 앙상블홀을 갖췄다. 449.59㎡(약 136평) 규모로 8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원형극장에서는 마당극과 빛깔 있는 음악축제 등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상주단체로 대전시립합창단과 시립교향악단, 시립무용단, 시립청소년합창단 등 4개 예술단체도 한 건물에 있다.

둔산문화예술단지
둔산문화예술단지 조감도.<중도일보DB>
'대전시립미술관'은 8426.84㎡ 규모로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이뤄진 건축물로 1~5전시실에 이어 올해 3월 준공한 2654㎡ 규모의 공립미술관 최초로 선보이는 '열린 수장고'를 갖췄다. 앞서 지난달 8일에는 1층 로비 공간에 있던 백남준 선생의 프렉탈 거북선을 완전체로 복원하기 위한 착수보고회를 열고, 당시 제작에 참여했던 이정성 아트마스터의 자문으로 접혀있던 날개와 한산도 깃발의 원형 복원 등을 거쳐 10월 UCLG 대전총회 기간에 맞춰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연정 임윤수(1917~2004) 선생의 평생에 걸친 국악 보급 운동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1981년 개원, 2005년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으로 이름을 변경한 후 2015년 이름을 바꾸고 지금의 자리로 신축 이전했다. 750석 규모의 큰마당 메인홀과 338석 규모의 작은마당 서브홀로 구성했으며, 연간 100여 회 이상의 다양한 정기·상설 기획공연을 선보인다.

'이응노미술관'은 전국의 1인 미술관 중에서도 최상위급 규모를 갖춘 작가미술관으로 고 이응노 화백의 작가 정신을 되새기고 지역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취지로 2007년 5월 3일 개관, 미술관과 국악원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은 프랑스 마티스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로랑 보두엥(Laurent Beaudouin)이 설계했으며, 이응노 화백의 대표작 '수(壽)' 속에 있는 조형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고암의 문자 추상을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상징화했다. 500평 규모로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 두 개의 전시실이 이어지는 구조다.

소제동철도관사촌전경
소제동철도관사촌 전경.<중도일보DB>
▲철(Railroad)=전국 최대규모 '소제동 철도관사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과거 철도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이 살던 곳으로 대전이 '철도 근대도시'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당시 대동천 끝자락의 소제호 주변에는 '소제'와 '솔랑이'로 불렸던 전통마을이 있었고, 1920년~1930년대까지 대전역 동쪽 소제동과 삼성동 일대에 걸쳐 100호 이상 관사가 밀집해 있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대전역 주변의 개발로 북관사촌은 그 흔적이 사라졌고, 현재 대전역 뒤쪽 철로 바로 옆에 있는 남관사 1채와 소제동 동관사촌만이 그때의 기억을 말해주고 있다.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40여 채의 관사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룬 형태로 현존하는 규모로는 전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됐다. 원형도 잘 보존돼 있어 우리나라 근대문화유산의 건축·역사적 자료로 의미가 크고, 활용 면에서도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이 공존하는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2019년 KBS2 TV '다큐멘터리 3일'에 소개되기도 했다. 72시간 밀착취재를 통해 100년 가까이 이어온 관사촌과 골목길, 대전역, 역전 새벽시장 등 다양한 풍경과 삶의 모습을 담아냈다. 또 국내 유명 사진작가들과 예술가들의 전시를 비롯해 레지던시 작가들의 전시회, 영화 스튜디오 등 문화재 활용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이어지고 있다.

소제동철도관사촌일대카페모습.
소제동철도관사촌 건물을 개조해 만든 카페.<중도일보DB
철도관사촌 옆 카페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소제동만의 관광코스다. 오랜 세월 대전 시민들의 기억에서 잊힌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소제동 카페거리 역할이 컸다. 매장들이 붙어있어 걸어서 한 바퀴 돌기에도 쉽고, 20대를 중심으로 전 연령대에 걸쳐 '맛집 명소'로 인식되고 있다.

관사촌의 역사적 가치 조명과 활용방안을 둘러싸고 전문가들과 여러 시민단체는 10여 년 전부터 목소리를 높여왔다. 근대건축 전문가들은 등급·유형별로 구분해 존치구역으로 이전해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제동만의', '소제동스러운', '소제동다운' 콘텐츠를 통해 대전시민뿐 아니라 국민에게 집중 받는 지역 명소로 확장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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