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후 관련 연구들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된 전염병의 58%가 기후 변화로 인해 악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된 375개 질병 중 160개는 폭염, 121개는 홍수, 71개는 폭풍, 81개는 가뭄, 43개는 바다 온난화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관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생태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질병의 원인을 사향고양이, 낙타, 박쥐 등 동물에게만 전가한다.
기후 변화와 질병 간의 긴밀한 함수 관계는 꽤 다양하다. 예컨대 가뭄으로 식수와 식량이 부족하면 야생 동물은 주거 지역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인간이 동물이나 기생충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에 걸릴 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가뭄은 또한 우리가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하고, 이는 설사나 콜레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폭풍, 폭우, 홍수 등은 도로, 전선, 하수처리 시스템을 손상시키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은 과거의 사례에서 A형과 E형 간염, 로터바이러스, 장티푸스 등의 발병으로 이어졌다.
다른 한편으로 가뭄이나 폭염에 의한 영양실조와 면역체계 저하로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점이다. 또한 극단적 기후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인간과 동물 모두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박쥐의 열과 영양결핍이 바이러스의 배출을 증가시키고 인간에게 심각한 뇌염을 일으킬 수 있는 헨드라 바이러스 발병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질병의 발병을 촉진할 수 있는 1,00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구 온난화는 병원체의 확산이나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소위 '벡터'라 불리는 보균자의 확산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지역에서 잘 번식하는 모기나 진드기가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원래의 서식지를 벗어난 지역에서도 살 수 있다. 이를테면 아시아가 고향인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는 이제 지중해 권에도 확산되어 치쿤구냐 바이러스와 뎅기열 바이러스 발병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2020년 미국 조지아 대학의 연구원들은 2050년까지 지카 바이러스 확산 가능 지역에 13억 이상이 거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7억 명 이상은 연중 전염 가능한 기온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모든 전염병의 17%는 매개체에 의해 전염된다. 매년 거의 7억 명이 모기 매개 질병에 걸리고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통계에서 확인되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와 위도가 비슷한 곳에서도 모기와 진드기의 서식지가 확장되고 있다. 다수의 모기와 진드기 종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병원체를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수십 년에 걸친 화석연료 광기의 결과를 몸소 느끼고 있는 동안 탄소중립을 외치던 선진국들은 비상 시 석탄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독일을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그렇게 의존하게 만든 것도, 재생 에너지의 확장을 너무 작게 유지한 것도 실수였다. 먼저 원자력을, 다음으로 석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순서도 잘못되었다.
질병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기후 변화로 인한 질병의 확산을 예방하거나 적응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기에는 병원체와 전염 경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관점을 존중한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공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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