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8-15 12:27
  • 신문게재 2022-08-16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지구촌 곳곳이 폭염과 홍수 그리고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전염병의 절반 이상이 폭염이나 홍수 같은 극단적인 날씨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이를테면 사람과 동물의 모호한 생활환경 변화로 인해 악화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면역 체계가 약화되고 질병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인위적인 기후 변화는 전염병의 확산과 발병에 유리한 환경인 때문이라고 한다.

수많은 기후 관련 연구들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된 전염병의 58%가 기후 변화로 인해 악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된 375개 질병 중 160개는 폭염, 121개는 홍수, 71개는 폭풍, 81개는 가뭄, 43개는 바다 온난화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관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생태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질병의 원인을 사향고양이, 낙타, 박쥐 등 동물에게만 전가한다.

기후 변화와 질병 간의 긴밀한 함수 관계는 꽤 다양하다. 예컨대 가뭄으로 식수와 식량이 부족하면 야생 동물은 주거 지역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인간이 동물이나 기생충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에 걸릴 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가뭄은 또한 우리가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하고, 이는 설사나 콜레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폭풍, 폭우, 홍수 등은 도로, 전선, 하수처리 시스템을 손상시키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은 과거의 사례에서 A형과 E형 간염, 로터바이러스, 장티푸스 등의 발병으로 이어졌다.

다른 한편으로 가뭄이나 폭염에 의한 영양실조와 면역체계 저하로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점이다. 또한 극단적 기후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인간과 동물 모두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박쥐의 열과 영양결핍이 바이러스의 배출을 증가시키고 인간에게 심각한 뇌염을 일으킬 수 있는 헨드라 바이러스 발병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질병의 발병을 촉진할 수 있는 1,00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구 온난화는 병원체의 확산이나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소위 '벡터'라 불리는 보균자의 확산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지역에서 잘 번식하는 모기나 진드기가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원래의 서식지를 벗어난 지역에서도 살 수 있다. 이를테면 아시아가 고향인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는 이제 지중해 권에도 확산되어 치쿤구냐 바이러스와 뎅기열 바이러스 발병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2020년 미국 조지아 대학의 연구원들은 2050년까지 지카 바이러스 확산 가능 지역에 13억 이상이 거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7억 명 이상은 연중 전염 가능한 기온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모든 전염병의 17%는 매개체에 의해 전염된다. 매년 거의 7억 명이 모기 매개 질병에 걸리고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통계에서 확인되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와 위도가 비슷한 곳에서도 모기와 진드기의 서식지가 확장되고 있다. 다수의 모기와 진드기 종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병원체를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수십 년에 걸친 화석연료 광기의 결과를 몸소 느끼고 있는 동안 탄소중립을 외치던 선진국들은 비상 시 석탄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독일을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그렇게 의존하게 만든 것도, 재생 에너지의 확장을 너무 작게 유지한 것도 실수였다. 먼저 원자력을, 다음으로 석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순서도 잘못되었다.

질병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기후 변화로 인한 질병의 확산을 예방하거나 적응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기에는 병원체와 전염 경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관점을 존중한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공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