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17호 판소리고법 보유자 박근영 선생과 제42회 전국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수자 권은경 고수.<출처=대전시> |
상패가 전달된 12일 기자와 통화한 권 이수자는 "2002년 신인부로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20년 만에 대통령상을 받게 돼 긴 세월 담금질에 대한 결실에 기쁨이 크다"며 "덩치 큰 스승님이 눈물을 보이시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면서 감정이 더 복받쳤다"고 말했다.
올해 7월 23일과 24일 양일간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치러진 이번 대회는 고수의 등용문이자 신인 발굴 육성을 위한 취지로 해마다 열리며, (사)한국국악협회 전북도지회가 주최·주관한다.
초·중·고부와 노인부, 신인장년부, 신인청년부, 일반부, 명고부, 대명고수부 등 총 8개 부분에 111명이 참가해 우리나라 유일 고수 부분 단일 경연대회의 저력을 보였다.
대통령상을 받은 권은경 이수자는 본선에서 국가무형문화재인 윤진철 명창의 적벽가와 수긍가에 맞춰 판소리고법 기량을 선보였으며, 30년 전 박근영 보유자가 35세 때 첫 대통령상을 받은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박근영 선생은 고법(鼓法)으로 3대를 이어온 명고 집안에서 성장해 아버지로부터 고법을 배워 평생 고수의 길을 걷고 있으며, 대전 문창동 전수관에서 후학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난 권 이수자는 동국대 국악과에 진학한 2000년에 박근영 선생을 만나면서 판소리고법을 처음 접했다. 이후 2002년 제22회 전국고수대회 신인청년부 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2002년 제11회 해남전국고수대회 일반청년부 대상, 2003년 제15회 순천팔마고수대회 명고수부 대상을 받았다. 이번 대통령상 수상은 2004년 24회 전국고수대회 대명고수부에 처음 출전해 우수상을 받은 후 18년 만의 쾌거다.
초등 6학년 때부터 사물놀이를 해오다가 20살 때 맺은 박근영 선생과의 인연으로 연주타악이 아닌 판소리고법으로 전향,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석사와 한양대 음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공부를 이어갔다.
연주활동뿐 아니라 동국대와 전남대 국악과, 국립전통예고, 대전예고 강사를 역임하는 등 장단을 배우는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으며, 현재 대전시 제17호 판소리고법 이수자, 국악연주단아리 예술감독, (사)대한민국전통문화예술원 감사 겸 고수로 활동 중이다.
대전 차세대 신진예술가 artiStar 선정(대전문화재단)을 비롯해 프랑스와 벨기에 한국문화원 강사, 프랑스 K-VOX 페스티벌, TOTLOISE FESTIVAL DES CULTURES D'ASIE, 벨기에 브뤼셀 '한국 고전 심포지엄' 초청 공연 등 해외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권 이수자는 "당시 여자 고수가 활동하기 어렵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판소리 고법에 매력을 느껴 공부를 이어갔다"며 "20여 년 전부터 한국전통장단의 연주화 가능성을 내다보고 전국 순회공연이나 독주회 등 실험적인 도전을 해온 스승의 뒤를 이어 '고법의 연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과거과 달리 최근 여성 출전자 비중이 늘면서 대회 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상을 받고도 활동이 미비하다는 점에서 '여성 고수'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여성 고수의 보편화를 위한 역할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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