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양말을 꿰매다가 문득 생각난 것

  • 오피니언
  • D-MZ:청년칼럼

[D-MZ] 양말을 꿰매다가 문득 생각난 것

복동환 대전여민회 이사

  • 승인 2022-08-15 09:10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복동환
복동환 이사
중도일보에 MZ세대 필진들이 모였다. 'D-MZ'(Daejeon-MZ generation)는 변혁의 최전방에 서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전하기 위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양말에 구멍이 생겼다. 분주하게 외출을 준비하고 있는 나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구멍 난 양말을 쓰레기통에 넣을까 아니면 한쪽에 두었다가 꿰매어 신을까. 양말 하나도 허투루 버리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꿰매어 신고 있을 나 자신에게 부탁하며 책상 위에 툭 던져놓고 집을 나섰다.

꿰매다, 깁다, 누비다, 수선하다, 수리하다…. 고치다. 고장 난 것을 손질하여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행위다. 최근엔 사용하던 물건이 고장이 나면 그것을 버리고 다시 사는 것이 흔해졌다. 살 수 있는 자본이 있고, 클릭 몇 번으로 똑같은 제품을 빨리 집 앞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양말을 다시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왕 구멍 난 김에 이번 기회에 꿰매볼까 싶었는데 접근부터 쉽지 않았다. 바느질이라는 것은 생전 해본 적이 없었고, 그저 책으로만 접했던 것이기에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 할지 고민이 뒤따라왔다. 하지만 우리에겐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가 있지 않은가.

집에 돌아와 양말을 앞에 두고 앱을 클릭했다. 가장 많은 정보가 있고 영상으로 되어 있어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앱 말이다. 구멍난 곳을 메꾸기 위한 정보들이 여기 있었다. 공그르기, 홈질, 박음질 등. 가정 시간에 보았던 그림들이 영상으로 재현되어있었다. 바늘을 빼려던 순간 뭐 하고 있는 중이냐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양말 꿰매려고 라고 답하자 친구는 양말을 꿰매 신는다고? 의아함을 자아냈다. 응, 한 번 해보려고. 우리는 새것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자원을 막 사용하는 것 같아. 나라도 조금 아껴 써보려고. 참 별나 진짜 조그맣게 웃음을 흘렸다.



구멍난 것을 곧잘 수선하였던 예전이었지만 GDP 성장에 따라 더 이상 아껴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조금만 고치면 더욱더 오래 쓸 수 있는데. 속상한 마음에 얼마 전에 자막으로 지나간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운동을 등에 업고 지인에게 고쳐 쓰는 것에 대해 말을 한 바가지 쏟아냈다. 아껴 쓰는 것은 실생활에 사용하는 물품을 적은 양으로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에게 삶의 노하우를 듣고 나누어 쓰는 것과 바꿔쓰는 것은 중고 거래플랫폼을 자주 쓰는 사람의 팁, 다시 쓰는 것은 고치거나 업사이클링을 하는 사람을 불러서 고쳐 쓰거나 다시 써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아나바다를 다시 써보는 거야 하고 굳은 다짐을 전했다. 그중에 내가 양말을 꿰맨 것은 다시 쓰기 위한 일련의 몸짓이라고 말이다.

그러자 지인이 나의 말에 공감해주며 고쳐 쓰는 것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렇다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배제하고 관계하지 않는다면, 점점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상대방과 트러블이 생겨 그 관계가 고장 난다면 상황을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도 똑같다. 철저히 외면하고 회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경우는 없다.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올 뿐. 결국 개선해 나아가면서 한 단계 밟아가는 것을 우리는 해야 한다. 마치 구멍 난 양말을 꿰매 신는 것처럼./ 복동환 대전여민회 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