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동환 이사 |
양말에 구멍이 생겼다. 분주하게 외출을 준비하고 있는 나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구멍 난 양말을 쓰레기통에 넣을까 아니면 한쪽에 두었다가 꿰매어 신을까. 양말 하나도 허투루 버리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꿰매어 신고 있을 나 자신에게 부탁하며 책상 위에 툭 던져놓고 집을 나섰다.
꿰매다, 깁다, 누비다, 수선하다, 수리하다…. 고치다. 고장 난 것을 손질하여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행위다. 최근엔 사용하던 물건이 고장이 나면 그것을 버리고 다시 사는 것이 흔해졌다. 살 수 있는 자본이 있고, 클릭 몇 번으로 똑같은 제품을 빨리 집 앞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양말을 다시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왕 구멍 난 김에 이번 기회에 꿰매볼까 싶었는데 접근부터 쉽지 않았다. 바느질이라는 것은 생전 해본 적이 없었고, 그저 책으로만 접했던 것이기에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 할지 고민이 뒤따라왔다. 하지만 우리에겐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가 있지 않은가.
집에 돌아와 양말을 앞에 두고 앱을 클릭했다. 가장 많은 정보가 있고 영상으로 되어 있어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앱 말이다. 구멍난 곳을 메꾸기 위한 정보들이 여기 있었다. 공그르기, 홈질, 박음질 등. 가정 시간에 보았던 그림들이 영상으로 재현되어있었다. 바늘을 빼려던 순간 뭐 하고 있는 중이냐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양말 꿰매려고 라고 답하자 친구는 양말을 꿰매 신는다고? 의아함을 자아냈다. 응, 한 번 해보려고. 우리는 새것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자원을 막 사용하는 것 같아. 나라도 조금 아껴 써보려고. 참 별나 진짜 조그맣게 웃음을 흘렸다.
구멍난 것을 곧잘 수선하였던 예전이었지만 GDP 성장에 따라 더 이상 아껴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조금만 고치면 더욱더 오래 쓸 수 있는데. 속상한 마음에 얼마 전에 자막으로 지나간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운동을 등에 업고 지인에게 고쳐 쓰는 것에 대해 말을 한 바가지 쏟아냈다. 아껴 쓰는 것은 실생활에 사용하는 물품을 적은 양으로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에게 삶의 노하우를 듣고 나누어 쓰는 것과 바꿔쓰는 것은 중고 거래플랫폼을 자주 쓰는 사람의 팁, 다시 쓰는 것은 고치거나 업사이클링을 하는 사람을 불러서 고쳐 쓰거나 다시 써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아나바다를 다시 써보는 거야 하고 굳은 다짐을 전했다. 그중에 내가 양말을 꿰맨 것은 다시 쓰기 위한 일련의 몸짓이라고 말이다.
그러자 지인이 나의 말에 공감해주며 고쳐 쓰는 것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렇다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배제하고 관계하지 않는다면, 점점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상대방과 트러블이 생겨 그 관계가 고장 난다면 상황을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도 똑같다. 철저히 외면하고 회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경우는 없다.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올 뿐. 결국 개선해 나아가면서 한 단계 밟아가는 것을 우리는 해야 한다. 마치 구멍 난 양말을 꿰매 신는 것처럼./ 복동환 대전여민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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