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DNA를 앞세워 주요 현안에 질문을 던져 시민으로서 답을 찾겠다는 것이 이석봉 경제과학부시장의 목표다. 이 과정에서 과학도시와 경제도시, 출연 연구기관과 담 허물기, 청년 유출 문제 등을 대전시민과 우리라는 울타리에서 공유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취임 한 달, 이석봉 대전시 경제과학부시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이석봉 민선 8기 대전시 경제과학부시장 |
▲실·국별 업무보고를 받았다. 특히 과학과 경제 분야 현안 파악과 산하기관 방문 기관장과 면담하며 바쁘게 보냈다. 20년을 살아온 대전시의 경제과학부시장으로 과학 산업과 경제 분야를 총괄하게 돼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있다. 앞으로 20년간 대덕연구단지와 경제계에서 쌓은 지식과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전 경제 성장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시민이자 경제과학부시장으로 과학도시 대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대전을 과학도시라고 얘기하는데 정의와 개념 정리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봐야 한다. 지금 현재는 일종의 생리적으로 자원이 많아 과학도시라 바라보고 있다. 사람으로 보면 부모로부터 받은 좋은 유전자에 그치지 않고 갈고 닦아서 자기만의 것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후천적인 노력을 했는가다. 과학도시라는 표현을 썼을 때 구성원 모두가 느끼고 체감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바로 후천적으로 만들어야 할 콘텐츠다. 과학도시를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시선에서 바라보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과학 분야 언론인 출신으로 볼 때 정부 출연연구기관들도 대전시와 담을 허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물론이다. 대덕연구단지 조성이 2023년이면 50년이다. 대전에서 인생과 청춘을 받치고 은퇴했고 그분들의 자제들이 여기서 나고 자라는 중이다. 50년 세월은 대전화(化) 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만약 50년에도 불구하고 대전을 내 고향, 내 지역으로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대전의 문제다.
-출연연은 개방된 곳이 없어서 접근이 어렵다.
▲독일 프라운 호퍼 연구소 일대는 정문이 없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건물은 차단하지만 공간은 막지 않는다는 것이 대덕연구단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이 부분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개방해야 하도록 환기해야 한다. 물론 대덕연구단지도 일시 개방한 시절이 있었다.
다만 보안시설을 개방하자 보안이 허술하다는 식의 보도가 줄을 이었고 결국 다시 문을 닫았다. 쓰레기 문제도 상당 부분 폐쇄의 이유였는데, 개방하되 관리 부분은 시민의 역량으로 맡기면 된다. 내 공간이라는 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연구원의 넓은 공간은 우리의 공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연구원 문을 열어 사람들이 찾아가고 주말에 한시적으로 해보며 점진적으로 늘리면 된다.
-대전은 경제도시인가?
▲경제는 과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은 경제도시다. 대전에는 과학이 있기에 경제도 있다. 울산과 포항, 창원 지역이 아날로그 경제라면 대전은 디지털 경제다. 과학에 걸맞은 경제도시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에 대한 정체성은 무엇인가 반대로 질문을 던져서 우리가 바라는 경제 도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KAIST 학생들은 10년을 대전에서 공부한다. 그럼에도 떠난다.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마저 떠난다. 이거야말로 우리의 문제다. 오히려 지역에서는 타 지역으로 떠날 때 박수를 친다. 공부를 잘해서 떠났다, 이 개념에 언제까지 박수 쳐야 하는가 '지역인재'라는 개념을 바꿀 때가 왔다. 오히려 지역에서 태어났고 지역을 지키고 있는 인재에게 어떤 배려를 했는가 고민해 보자. 그들이 지역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기회를 줬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바로 지역인재다. 남은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 더 나아가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남도록 할 것이냐, 우수할수록 남는다는 개념을 위해 시민들이 고민할 차례다. 초중고 시절 정체성이 형성되는데, 이때 지역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 설사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온다. 지역에 남으면 애정이 생기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전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후 대전을 떠나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에 강제할 수는 없다. 선택권을 가진 기업이 우리를 택하게 하는 매력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의 예를 들어본다. 일본 가케가와시라는 지역이 있다. 일본 신칸센이 만들어질 당시 일본 정부가 가케가와시에 역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역 조성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회의를 했고 손익을 따져본 결과 중간도시인 가케가와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거절했다. 과거에 교통이 불편해 모두 가케가와시에서 1박을 했는데 역이 생기면 가케가와시는 그저 스치는 곳에 불과해진다는 이유였다.
이 지역 상인들은 한발 더 나아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고 이것이 평생학습으로 발전했다. 결과적으로 가케가와시의 남다른 서비스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오히려 기업과 공장이 들어왔다. 도시가 커진 후에야 가케가와시에는 신칸센 역이 생겼다. 대전도 이렇듯 기업과 사람들이 오고 싶은 도시가 되도록 고민하고 공부하고 매력을 만들어야만 한다.
-민선 8기의 공약인 산업용지 500만 평, 왜 필요한가.
▲기업이 이탈하는 이유를 살펴봤더니 공간과 인력 문제가 가장 컸다. 기업의 숙원도 공간 마련에 있었다. 기업인들은 대전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이런 문제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전을 떠나는 속사정이 있었다. 기업인에게 땅값은 고려 대상이 아닌 사례도 있다. 대전은 장기적으로 충청권 메가시티를 조성하려고 하는데 충남·북과 공조해 산업용지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 마련까지 고려해야 할 때다.
-우주청 입지, 어디가 적합지라고 보는가.
▲대전이다. 다만 우리가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공생의 시대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연구 기능이 집약된 곳은 대전이 유일하다. 특정 지역에 이렇게 연구시설을 모아 놓은 이유는 여기서 첨단기술을 만들어 두루두루 기술력을 나누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집약된 기관과 쌓인 기술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서 대전에 이득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재임 기간 내 반드시 이루고 싶은 현안이 있다면.
▲대덕특구는 대전이라는 지역적 관점에서 아주 소중한 자원이다. 과거 50년은 국가중심의 특구였다면 앞으로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덕특구가 돼야 한다. 특구의 혁신기술이 지역에 녹아들어 기업과 산업을 성장시키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 대전이 잘살도록 대덕특구가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대담=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이해미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이석봉 과학부시장은?
▲여의도고 졸업 ▲성균관대 졸업 ▲기독교방송국 기자 ▲중앙일보 기자 ▲(주)대덕넷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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