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또한 매년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가 올해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104개국 589명의 학생이 참가해 경연을 펼쳤는데,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단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획득해 총점 208점으로 국가 종합 2위를 달성했다. 1981년에 1그룹 국가로 국가수학연맹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올해 독일·러시아·미국·프랑스 등 12개 나라로 편성된 세계 최고 등급인 5그룹에 최단 기간에 오르게 돼 우리나라의 수학에 대한 국가적 위상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인공지능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수학전공자들은 IT 관련 기업에서는 억대가 넘은 연봉으로 스카우트를 받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적으로 수학은 황금기를 맡고 있지만 일반 대중이 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끼는 수학에 대한 인식이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수학 학습능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왜 수학의 국가적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지만 현장에서의 수학에 대한 인식이나 능력은 변하지 않은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먼저 우리가 수학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펴보자. 표준 국어 대사전에는 수학을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대수학, 기하학, 해석학 및 이를 응용하는 학문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기술했는데 이는 수학에 대한 정의라기보다는 수학에 대한 설명에 가깝고, 그리고 이 설명만으론 수학전공자인 필자도 수학에 대한 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외의 다른 사전이나 지식백과에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게 수학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이렇듯, 사교육이나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증감 등 수학에 대해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즉, 우리는 수학교육의 중요성을 말하고 수학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그 대상인 수학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중등학교 교직 연수에서 종종 일선의 선생님들에게 수학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질문을 하곤 하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필자는 수학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여기고 있다.
즉, 우리는 수학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막연하게 느끼면서 기계적으로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기에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혼돈스럽고, 또 수학을 잘하기 위해선 무슨 역량이 필요로 하는지를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수업현장에서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잘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수학 학습능력이 오르지 않은 이유를 교과 내용이나 학생들의 태도에서 찾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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