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위에 덧칠해 제작한 태극기가 대전의 한 수집가에 의해 발견돼 주목되고 있다. |
11일 대전 동구 판암동의 골동품 수집가가 중도일보에 오래된 태극기(가로 58㎝ 세로 40㎝)를 공개했다. 전북 군산의 한 주민으로부터 수집했다는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먹으로 덧칠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문양과 4괘가 눈에 띈다. 일제시대 제작된 일장기는 붉은 천으로 만든 홍원을 흰 광목천 위에 박음질해 국내에 뿌려졌는데, 이번에 발견된 태극기 역시 붉은 홍원의 가장자리에 이중으로 박음질된 모습이다. 붉은색 동그라미 안에 태극의 음 부분을 흑색 안료로 그려넣었고, 흰 광목에 색이 번진 것으로 보아 먹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태극을 둘러싼 4괘 역시 먹물을 이용해 손으로 그려 넣었는지 길이와 너비가 조금씩 달랐다.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 중 물과 불을 상징하는 시계의 1시와 7시 방향의 감괘와 이괘의 위치가 서로 바뀌어 있다. 태극기를 그리거나 사용하는 게 위험하거나 극도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예시를 보지 못했던 당시 제작환경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먹으로 추정되는 안료로 그려진 4괘의 모양이 선명히 보인다. |
태극문양에 유독 헐어서 구멍난 부분이 5곳 정도 있고 네 모서리 방향에 심하게 주름진 상태를 보았을 때 태극기가 소중한 물건을 감싸 보호하는 보자기 용도로 보관되었던 것으로도 추정된다. 광복 직후 일장기를 소각하는 대신에 태극기를 만들어 국권을 회복한 기쁨을 나누었던 흔적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태극기를 공개한 수집가 전병근(56) 씨는 일제시대 대전 최초의 조선인 개원의사이자 1919년 3.1만세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김종하 씨의 1935년 대전 중앙의원 흔적을 찾아내 대전시의사회 회원의 손을 거쳐 대전시립박물관에 기증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전 씨는 "충청권에서는 일장기 위에 새긴 태극기가 이번에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제에 저항하고 희생을 감내한 선조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임병안·임효인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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