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정치행정부 차장 |
올해 5월 종영한 드라마 '태종 이방원' 마지막 회에서 상왕(이방원)은 주상(세종대왕)에게 구선(龜船)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주는 장면이 꽤 인상 깊었는데, 조선 초기 구상했던 구선이 170년 후 한산 앞바다에서 왜적을 물리치는 역사적 서사로 이어진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항복한 왜구 준사는 이순신 장군에게 "이 전쟁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이 장군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지"라는 말로 왜구의 침략 이유와 임진왜란 당시 한양을 버린 임금 그리고 사대부들의 불의를 꼬집는다.
영화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은 꿈에서 본 성벽을 '학익진'으로 구현하는데, 단순히 예지몽을 잘 꾼 덕이 아니다. 준비하고, 예측하고, 고민하고, 판단했을 때 이기고자 했던 의가 집약된 순간 거머쥔 압도적 승리였다.
정권을 잡는 당(黨)마다 자신들을 이순신처럼, 의병대처럼 나라를 지키는 '의(義)'라고 믿는다. 과연 준비하고, 예측하고 고민해서 받아든 결과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이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조금 다르고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의적 판단으로 너무 쉽게 '이상한 사람', '이상한 생각'이라고 상대를 단정 짓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물론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주 희귀한 천재성 변호사로 등장한다.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다 보니 '이상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었지만, 그 편견과 시선은 우리가 씌운 굴레는 아니었나 되새김질해 본다.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해 하염없이 망설이고, 엘리베이터나 문으로 들어서기 전에는 반드시 하나에서 다섯을 세는 건 정말 이상한 행동이 아닐 수 있다. 또 모든 상황과 사물을 고래에 비유하는 것도 해박한 지식에서 나오는 기막힌 이해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대단한데 라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사람마다 모두 일상 속에서 나만이 가진 고유한 루틴 혹은 습관을 떠올려 본다면 우영우의 습관은 결코 이상하지만은 않다.
고약한 편견과 이기적인 잣대가 우영우를 투영해 나를 비춘다. 우영우가 상처받고 좌절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내가 가진 낡은 관점을 발견할 때, 그래도 조금은 기쁜 마음이 든다. 이순신을 통해 내가 지켜야 할 옳음을 확인했다면, 우영우는 나의 이상함을 발견할 수 있는 거울이었다.
이해미 정치행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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