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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및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된 데 따른 국정 난맥상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하던 청와대가 이미 국민 품에 안긴 점을 고려할 때 정부 부처가 집적된 세종에 관저와 비서동을 갖춘 집무실 신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서울(기상청) 422㎜를 비롯해 수도권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8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고 정부는 재난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8일 오후 11시 30분께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를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묵고 있는 서울 서초동 일대에 막대한 비 피해가 발생하면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헬기 이동도 고려했지만, 인근 지역 주민 불편 등을 우려해 이마저도 접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자택에서 전화로 한 총리 등과 전화로 소통해야만 했다. 재난 위기 상황 속에도 대통령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셈이다.
민주당은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고민정 의원(광진을)은 페이스북에서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 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강훈식 의원(아산을)도 "일분일초를 다투는 국가 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이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 와서 출근을 못했다고 한다"며 "향후 비상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록적 폭우에도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도 내지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윤 대통령은 어제 오후 9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실시간 보고받고 지침과 지시를 내렸다. 다시 오늘 새벽 6시부터 보고받고 긴급대책회의 개최를 지시했다"고 발끈했다.
이 같은 공방은 차치하고서라도 윤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간 물리적 거리가 가까웠다면 참모들과 대면 비상회의를 여는 등 보다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세종시에는 우리나라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13개가 집적돼 있다. 2027년까지는 국회 세종의사당도 들어설 예정이다. 갈수록 국정 운영 비중이 커지고 있는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 재난 등 국가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정치적 걸림돌도 없다. 여야가 이미 관련법을 합의로 처리했으며 윤 대통령도 대선과정에서 이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신축 로드맵을 조만간 내놓기로 한 만큼 조기설치를 위한 당정, 대통령실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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