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橘(귤나무 귤), 中 (가운데 중), 之(갈 지/어조사 지), 樂(즐거울 낙)
출 처 : 당(唐)나라 우승유(牛僧孺)의 현괴록(玄怪錄). 술이기(述異記) 망우청락당집 (忘憂淸樂堂集)
비 유 : 어떤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는 상황에 비유함.
중국 내륙 쪽 깊숙이 들어앉은 파촉(巴蜀)지방의 어느 농가 울타리에 수백 년 묵은 커다란 감귤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해 유난히 큰 귤 한 개가 매달려 있어 그 집주인이 한여름 동안 조심스럽게 잘 가꾸었더니 세 말 들이 단지만큼이나 크게 자랐다.
대대로 착하게 살아왔던 이 집 식구들은 필시 무슨 길조일 것으로 짐작하고 다 익었을 때 조심스럽게 큰 귤을 반으로 쪼개니 이게 웬일인가.
귤 속에는 좌우 두 쌍의 노인 네[四]사람이 두 틀의 바둑판을 놓고 오로(烏鷺/검은색과 흰색으로 바둑을 일컬음)삼매경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노인 한 분이 큰 귤을 갈라놓아 신선놀음의 무르익은 경지를 깨뜨려 버린 것을 심히 질책하면서 땅으로 껑충 뛰어내리더니 별안간 분출하는 샘물의 안개 속에 하얀 용(龍)으로 돌변하여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일은 과연 이들 네 노인들이 누구였느냐는 의문이었는데, 후세 사람들이 그 유명한 상산사호(商山四皓)라고 주석을 붙였다.
상산(商山)은 중국 섬서성 상현(陝西省 商縣) 동쪽에 위치한 명산이다.
어지러운 난세를 피하여 숨어살기에 알맞은 험준한 산으로 진(秦) 나라 말기 정치가 혼란하고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대에 상산 깊숙이 은둔하여 바둑 두는 일로 낙을 삼던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 (夏黃公), 녹리선생(?里先生) 네 사람이 모두 머리카락, 수염, 눈썹이 하얀 백발노인이었으므로 이들을 가리켜 '상산사호'라 불렀는데 진나라가 멸망하고 한고조(漢高祖)가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게 되어 이들 원로를 중용하려고 했으나 끝내 고사한 채 여전히 깊은 산중에서 바둑으로 소일 하며 난세를 피하여 숨어살았다.
간혹 나무꾼이 나무하러 입산했다가 풍신 좋은 백발노인 네 사람이 나무그늘 아래 넓은 바위에 둘러앉아 바둑 두는 광경을 보고 돌아와서 그 들의 고상한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었다.
또 다른 전설은 진(晋)나라(265∼420) 때 절강(浙江)상류인 구주의 석실산(石室山) 아랫마을에 왕질(王質)이라는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평소에 가보지 못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두 동자(童子)가 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왕질이 재미가 나서 옆에 앉아 정신없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을 하고 있으려니 한 동자가 주머니에서 귤 비슷한 것을 꺼내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왕질은 그것을 받아먹고 나니 배고픈 줄 모르고 바둑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맛있는 열매였다.
바둑이 한 판 끝나자 한 동자가 도끼자루를 가리키며 자루가 썩었다고 하였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왕질은 그제 서야 자루 없는 도끼를 들고 황급히 마을로 내려와 보니 전에 살던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사람 들이 그의 집을 들락거리고 있었으며 집 안에서는 제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였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물어보았더니 이 집 주인의 증조부인 왕질이 라는 사람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이 날을 제삿날로 삼았다고 하였다.
두 동자는 신선이어서 바둑 한 판 두는 데 수 백 년의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이렇듯 왕질의 전설에서 유래한 난가(爛柯)는 그 후 바둑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흔히 어떤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는 것을 일컬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한다. 이때 신선놀음이란 바둑을 뜻한다.
그 신선들이 바둑을 둔 산을 난가산(爛柯山)이라 하였고, 왕질이 본 신선들이 둔 바둑을 기록한 난가도(爛柯圖)가 송(宋)나라 기사인 이일민 (李逸民)이 지은 망우청락당집(忘憂淸樂堂集)에 수록되어 오늘날까지 전한다.
우리는 통상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것을 사행성(射倖性)이라고 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복권(福券)도 사행성에 속한다. 이는 노력 없이 요행을 바라는 놀이로 옛 어른들은 상당히 경계했던 대상이기도 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뚜렷하다.
몇 년 전만하더라도 잘살아보겠다고 별별 일들 마다않고 해보았던 기성세대(旣成世代)들의 삶의 모습이 우리를 가슴 아프게한다. 기성세대들은 잘살아보려고 열사(熱沙)의 중동(中東)에서, 망망(茫茫)의 원양어선(遠洋漁船)에서, 황량(荒凉)한 미개척지인 외국에서의 피와 땀의 결실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발전되어왔다고 자부한다.
요즈음 청년들은 간혹 지원금에 의지하여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대체의 자생능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망국(亡國)을 초래하게 되니 하루빨리 도려내야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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