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많은 어떤 아주머니는 박스를 가져다 집을 만들어주고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지붕을 덮어주기도 한다. 아침 저녁으로 먹이와 물을 챙겨주고 빗질로 털을 보듬어도 준다.
보는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포근해지고 행복해 진다.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 집이 없어지고 고양이도 사라졌다.
주민이 신고하여 관에서 나와 고양이 거처를 치우고 고양이도 쫓아버렸다는 것이다.
애완동물이던 것이 반려동물로 불리더니 이제는 버려지는 동물로 천대받기에 이른 것이다. 최근 10년간 유기된 동물은 백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거기다가 휴가철에는 20~30% 증가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가 가장 많이 버려지는 이유가 질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많아 행동이 느려지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데다가 동물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치료비가 비싼 관계로 금전적으로 감당하기 벅차다는 것이 버리게 되는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는 연세 많으신 노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외로움을 달래며 살다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어서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에 한 국민 의식조사를 보면, 반려동물의 양육 포기나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26.1%가 "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아침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분들 가운데 애완견과 함께 산책길에 오르는 분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짝을 잃고 혼자 사시는 분들이기에 이들과 함께하는 애완견은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으로 불려지고 있다. 혹은 젊은 아낙들도 애완견과 함께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반려견이라기보다 애완견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버려진 동물들은 다치거나 병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동물보호센터에 데리고 가면 안락사로 세상을 떠나게 한다. 그래서 늙거나 병들면 동물이나 사람이나 서러운 것이다.
이곳 우마장 어린이 공원에 버려진 고양이는 주인에게 버림받고도 주인이 자신을 버린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하염없이 이곳을 오락가락하며 거닐고 있다. 언젠가는 주인이 자기를 데리러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처음에 버려졌을 때에는 박스로 만든 집도 없었다. 어느 인정 많은 아주머니가 박스로 된 집도 지어주고 아침저녁으로 먹이와 물을 주어 건강을 되찾게 했던 것이다.
늘 누워만 있던 고양이가 일어나 걷고 사람 곁으로 다가와 누울 때라면 등도 쓰다듬어주고 안아도 주며 사랑했던 것이다. 그런 사랑을 받다가 주민의 신고로 거처도 없어지고 버림받게 되었을 때 말 못하는 짐승의 서러움이 어떠했을까?
그렇게 보이지 않던 고양이가 며칠이 지나자 다시 이곳에 나타났던 것이다. 무척 반가웠다. 서로가 돌려가며 등도 긁어주고 안아도 주었다. 그리고 박스로 거처를 만들어 줬던 인정이 많은 아주머니는 양산을 가져와 가리개를 만들어 주었다,
고양이도 이곳이 자기 거처인줄을 알았던 것이다. 그곳으로 들어가 누워 쉬고 있었다. 눈물나는 정경이 벌어진 것이다.
우마장 어린이 공원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고양이(양산으로 거처를 만들어준 아주머니의 보살핌이 눈물겹다.) |
때로는 유모차에 실려 오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볼 때 그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 고양이는 반려동물로 사랑받으며 살아왔기에 거리를 방황하지만 사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야옹아" 부르면 당장이라도 달려와 품에 안길 것 같이 무장해제된 모습이다. 길고양이들처럼 날렵하고 사람을 경계하며 언제든 공격 채비를 하고 있을 듯하던 야생의 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반려동물과 함께 삶으로 인해 건강해진다는 것도 생각해 보았는가?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행복 호르몬'과 '사랑 호르몬'이 생기는 것도 축복이려니와 반려견과 함께 함으로써 산책을 하게 되고, 그로써 신체가 건강해지며 사회가 밝아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내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사람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이 고양이가 오늘 밤은 어떻게 지새고 내일을 맞이할지.
김용복 / 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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