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좌담회] 기호유학 400년 재조명 충청권 지상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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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좌담회] 기호유학 400년 재조명 충청권 지상좌담회

중도일보-초려문화재단 공동기획
충청(기호)유학 역사적 평가 재조명
민선8기 충청 정체성·정신문화 창달 모색

  • 승인 2022-08-07 14:21
  • 수정 2022-08-22 14:11
  • 신문게재 2022-08-08 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지상좌담회-이미지1
출처=초려문화재단
민선 8기 도래와 함께 충청권 4개 광역 지자체장이 모두 교체되고 충청의 정체성 확보와 정신문화 창달을 위한 각계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충청(기호)유학'은 조선 중기 이후 400여 년 가까이 한국 정신문화의 중심에서 사회 전반의 사상과 이념을 이끌어왔다.

이에 중도일보사는 초려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충청(기호)유학의 역사적 평가와 재조명을 위한 충청권 4개 광역 지자체장을 초청 '지상좌담회'를 갖고 시정과 도정의 방향에 관해 묻고, 기호 사림으로 대표되는 충청 5현을 재조명했다.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지상좌담회로 이연우 초려문화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 4개 광역 지자체장이 충청 5현의 우국충정과 경세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민생 구제와 국난 극복의 길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통해 한국 상황의 반면교사로 삼는다. <편집자 주>



토론자-이장우
이장우 대전시장
- 먼저, 충청(기호)유학으로 대표되는 충청 5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장우 대전시장=송시열, 송준길, 이유태, 윤선거, 유계 선생은 모두 조선 중기 사림(士林)의 대표 인물로 당대 문제에 대한 고찰을 통해 방안을 제시했으며, 정계에 진출해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실질 정책을 펼쳤습니다.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1607~1689) 선생은 널리 학문적 명성을 알려 29세 때 훗날 효종이 되는 봉림대군의 사부(師傅)로 임명돼 봉림대군과 깊은 유대를 맺었으며, 이는 북벌 계획의 핵심 인물로 발탁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주자학에 깊은 탐구와 강학 활동, 방대한 저술을 통해 정치·학술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동춘당 송준길(同春堂 宋浚吉, 1606~1672) 선생은 이조판서를 역임하며 산림 활동과 사회 개혁을 주도한 사상가이자 정치가였으며, 송시열과 함께 공부하며 오랜 세월 학계와 정계의 동지였으며, 훗날 '양송(兩宋)'이라 불렸습니다.

초려 이유태(草廬 李惟泰, 1607~1684) 선생은 당시 국정 동요와 국기문란의 원인을 정치에 두고 기해 봉사를 통한 국정 혁신 대 개혁안을 제창했습니다. 또 민생안정책으로 향촌조직 구성과 오가작통제(五家作統制) 실시, 양전(量田) 시행과 사창(社倉) 설치를 주장했습니다.

미촌 윤선거(美村 尹宣擧, 1610~1669) 선생은 윤중의 아버지로 1936년 청나라 사신이 입국하자 성균관 유생들을 규합해 사신의 목을 베어 대의를 밝힐 것을 주청했던 척화파의 대표 인물이며, 시남 유계(市南 兪棨, 1607~1664) 선생은 일찍이 조정에 출사해 대사간, 대사성, 부제학 등을 지냈습니다. 이이의 경세론을 수용해 "정치의 근본은 수기(修己)이고, 정치의 핵심은 임관(任官)이며, 정치의 급무는 구민(救民)"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충청 5현'은 당대 가장 영향력이 컸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만큼 조선을 뒤흔든 굵직한 정치적 사건과 깊이 연관돼 있었습니다. 특히 송시열은 정묘호란 이후 대두된 북벌론의 핵심 인물이면서 민생 안정과 국력 회복에 집중했습니다. 송시열, 송준길, 이유태는 예송과 같은 국가 전례문제에 깊이 관여한 것은 예로 국가를 다스린다는 '예치이념'에서 비롯됐으며, 정통 성리학 관점에서 조선 중기의 철학과 정치, 사회상을 정립했습니다. 당시 충청 5현 문하에서 공부한 문인들은 수천 명에 이르렀고, 조선 후기 기호학파를 이끌었습니다. 이들을 통해 계승된 존주대의(尊周大義) 이념은 조선 말기 위정척사론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했던 면모는 오늘날에도 통용될 덕목입니다.



토론자-최민호
최민호 세종시장
- 초려 이유태 선생의 기해봉사(己亥封事)와 관련, 세종 시정(市政)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초려 선생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유학자로 1607년(선조 40년) 충남 금산 노동리에서 유학자였던 아버지 이서(李曙)와 어머니 청풍김씨(淸風金氏) 사이 5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18세부터 사계 김장생, 신독재 김집 선생 부자를 스승으로 모시면서 우암 송시열, 동춘 송준길 선생 등과 사계 선생 '고제3현'으로 알려졌습니다.

효종 즉위 10년 후인 1659년 북벌계획을 위해 제진한 '기해봉사(己亥封事)'는 3강목 16조목으로 구성한 4만여 자에 달하는 상소문입니다. 북벌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정 혁신 대 개혁안으로 연산군 이후 문란해진 국가 기강을 바로잡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쇠약해진 국력의 부국강병을 위한 정책 제안이었습니다.

봉사(封事)의 서론에서는 '치란(治亂)'에 대해, 반복되는 위기를 인식하고 제 때에 개혁하면 치(治)를 이룰 수 있고 현실에 안주해 개혁을 게을리하면 난(亂)에 봉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본론은 설폐론(設幣論)·구폐론(救弊論)·군덕론(君德論)으로 나눴는데, 설폐론은 당시 조선 현실을 비판적 관점에서 진단한 것으로 실공(實功, 진실한 노력)이 모자라 실효(實效)를 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판단했습니다. 구폐론은 설폐론에서 지적한 폐단을 구제하기 위한 방책이었으며, 국정의 포괄적 개혁안으로 정풍속(正風俗), 양인재(養人材), 혁구폐(革舊弊) 3대 강목 하에 16 조목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민폐와 국정 문란의 근본 요인으로 농민의 유리(流離)와 토지의 황폐를 극복할 안정책으로 향약에 의한 향촌 조직과 오가작통제 실시, 양전(量田) 시행과 사창(社倉) 설치를 주장하고, 양인(良人) 이상 자제의 취학과 15세 이후 능력에 따른 사농공상(士農工商) 선택을 역설했습니다.

정부는 2015년 선생의 묘역 일대를 성역화하고 갈산서원을 복원해 시민을 위한 '초려역사공원'을 조성했으며, 선생의 개혁 의지는 지금의 세종시 모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종시를 '행정수도'에서 '진짜 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대적 사명으로 '미래수도'로의 혁신해야 할 것이며, 창조와 도전에 근간을 두고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욱 보폭을 넓힐 것입니다. '창조와 도전의 미래전략수도'를 시정 기조로 삼아 규제 완화와 행·재정 특례 등 자율성을 확보하고 자족경제도시, 문화예술도시, 한글문화수도 등 미래전략 중심도시의 기반을 조성할 것입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풍요로운 삶, 품격 있는 세종시'를 위해 38만 세종시민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미래전략수도로 거듭날 것입니다.



토론자-김태흠
김태흠 충남도지사
- 충청의 정신과 문화를 대표하는 '기호유학'의 선양과 발전을 위한 충남도의 입장과 계획에 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충청지역의 유교 문화는 고대 백제부터 시작해 고려 말 성리학의 발전을 주도했으며, 조선 기호학파를 형성·융성했습니다. 고려 정신보, 백이정 같은 인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성리학을 수용했으며, 조선 중기 율곡 이이의 학통을 이어받아 사계 김장생을 필두로 송시열, 송준길, 이유태, 유계, 윤선거 등 충청 5현을 배출했습니다.

충남의 학자들은 주로 조선 중기 집권층으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해 실천적이면서 다양한 유교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충남에는 양적·질적으로 풍부한 유·무형의 유교 문화자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이 영남유교문화권보다 다양한 유교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현저히 적은 게 사실입니다. 다행히 2018년부터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현재 충청권 4개 광역시도의 유교 문화유산의 관광 자원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 있지만 귀한 줄 모르듯, 그동안 충청 유교 문화의 유구한 역사와 미래가치를 오늘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로 발전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민선 8기 충남도는 15개 시군과 함께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통해 우리 지역의 유교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이자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충청 유교 문화의 발전을 위해 충남 논산에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개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충청유교문화권 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충청유교 문화유산을 보존·연구하며 충청 유교 문화를 'K-유교문화'의 대표 콘텐츠로 육성해나갈 것입니다.

충남도는 2021년 국토부 내륙첨단산업권 종합발전계획에 충남 내륙권 유교 문화 국제관광 산업육성과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세계예절문화관 조성, 한국공자마을 조성, 유교 문화공원 조성 등 1620억 원 상당의 문화사업을 발굴한 바 있습니다. 충청유교문화권 관련 국토부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부처에 적극 사업추진을 건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의 중심 충청남도가 K-유교 세계화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민선 8기 슬로건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의 시발점 역시 과거를 선도해 온 충청유학의 핵심사상일 것입니다. 의리 사상, 예학, 실학, 진경 문화와 같은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을 창조하고 확산한 충청 유교 문화의 힘을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앞으로 충청남도는 충청 유교 문화의 현실참여와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충청도는 변화를 싫어하고, 반응이 없는 무관심의 지역'이 아닌 '창조와 개혁, 과학과 혁신이 어울리는 지역'임을 어필해 강함과 혁신을 지역의 대표 이미지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토론자-김영환
김영환 충북도지사
- 충북 기호유학의 정체성과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기호(畿湖)는 경기(京畿)와 호서(湖西, 충청) 지역을 합쳐 부르는 이름으로 충청에 기반을 둔 이이(李珥)·성혼(成渾) 등 학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됐습니다. 17세기 이후 김장생을 거쳐 송시열에 이르러 호서지역을 중심으로 정계·학계의 주류를 이뤘다는 점에서 당시 충청은 기호유학의 핵심이자 주요 기반이었습니다.

기호유학은 주자학을 비롯해 양명학·실학 등 지역적으로 다양한 학풍이 전개됐으며, 인물에 따른 학맥과 학통으로 이어지는 요소뿐만 아니라 지리적 환경을 반영했습니다.

충북은 산이 많고, 바다보다는 강과 하천이 많은 내륙입니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충북의 유교문화권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금강 수계와 남한강 수계를 중심으로 구분했습니다.

충주를 중심으로 하는 남한강 수계는 남쪽으로 소백산맥의 조령과 계립령으로 경상도와 연결됐으며, 서울과 통하는 수운으로 일찌감치 상업과 유통경제가 발달했습니다.

금강 수계의 청주 지역에서는 서인과 남인 등이 활동하다가 점차 서인계 학풍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옥천·영동·보은의 남부지역은 지리적으로 영남과 가까워 일부에서 남인계 서원의 성향이 나타났지만, 송시열의 등장과 함께 서인계로 전환돼 청주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진천은 최석정(崔錫鼎) 등 소론의 양명학적 전통이 자리 잡아 강화학의 중요 거점 가운데 하나로 전개됐습니다.

반면, 남한강 수계인 충주 지역의 유학은 금강 수계와는 달리 지리적 개방성이 학문적 개방성과 포용으로 이어져 17세기에 들어 북인계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또 개방성과 실용성이 뚜렷한 학풍을 이뤄 유형원(柳馨遠) 등의 활동으로 실학 형성에 이바지했습니다. 이후 권상하(權尙夏)가 등장하면서 노론계 학풍이 우세 양상을 보였으며, 한 말에는 제천에 유인석(柳麟錫)을 중심으로 화서학맥이 자리 잡으면서 의병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처럼 충북의 유교 문화는 다양성 측면에서도 수계에 따라 남한강 문화권과 금강 문화권으로 구분할 수 있었으며, 이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충북 유교 문화의 특징입니다. 최근 충북의 지리적 환경을 장점을 극대화한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조성 목적과도 같습니다.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핵심은 바다가 없고 강과 호수가 많은 충북의 지역적 특징을 역사 인문자원으로 활용해 관광 자원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학 자원이 지리적 요소와 결합한다면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기초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며, 충북의 정체성 정립에 일조할 것입니다.



토론자-이연우
이연우 초려문화재단 이사장
- 끝으로 충청 문중을 대표해 충청권에서 충청(기호)유학의 계승·발전을 위한 민관기업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정리하겠습니다.

▲이연우 초려문화재단 이사장=지난 충청(기호)유교문화권종합개발계획 성공을 위한 충청 5현 전국학술대회가 좋은 예입니다. 당시 문중과 관계기관, 관련 단체, 민간에서는 전국 최초로 학술대회를 열고 충청 5현의 경세 사상과 시대정신을 재조명했습니다. 하지만 민관기업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입장과는 달라 지자체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하며 민간 참여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대학교수만 전면에 나서 제한된 민간·지자체의 입장과 논리를 설명하고 공유하는 것으로 모양새를 갖추는 데 그쳤습니다. 이러한 풍토는 지금도 다른 바 없으며, 경북 안동을 중심으로 하는 영남 유교문화권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민선 8기를 맞아 지방정부 교체와 함께 충청 5현의 사상과 학문에 대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충청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정신문화를 새롭게 이끌어야 합니다. 4개 광역시도에서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 학술대회를 열어 '충청 정신'을 널리 선양하고 재발견해야 합니다. 충청광역권행정협의회의 구성과 운영을 제안하며 대전과 세종·충남북 연구원들의 공동사업 추진과 함께 대학 연구소들의 대표사업 추진을 기대합니다.

조선 중기의 연이은 사화와 당쟁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임병양란' 이후의 개혁은 초려 선생의 표현대로 '불을 끄듯 물에서 건져내듯' 서둘러야 할 과제였으며, 혼란의 시기마다 그 중심에 충청 5현이 있었습니다.

당시 문란한 국정과 누적된 민폐를 개혁하지 않은 민생 구제는 불가능했습니다. 혁신과 쇄신을 통한 민생 안정과 부국강병을 이루고, 나아가 북벌(北伐)을 단행해 천하의 정의를 구하고자 했던 경세 사상들인 충청 5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들의 뜻과 정신을 널리 현창(顯彰) 하는 일에 민관이 따로 없으며 기업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정리=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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