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
이 우주망원경을 개발하는 데 무려 100억 미국 달러(약 13조 원)나 쏟아부은 것에 대해 세간의 비판이 많다. 우주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 것이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이러한 금액을 투입할 계획은 아니었다. 1996년에 처음 계획했을 때는 5억 달러를 들여서 2007년에 발사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대형 연구개발이 그러하듯이 계획한 것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결국 25년 동안 20배의 비용이 들었다. 이것은 허블우주망원경도 마찬가지였다. 1978년에 미국 의회에서 3600만 달러의 예산을 승인받고 5년 후인 1983년에 발사하는 계획이었으나, 결국 12년 만에 띄웠고 총 비용은 47억 달러로 불어났었다. 이 금액은 30년 후인 현재 물가로 따지면 100억 달러 이상이다.
현대 천문학은 허블우주망원경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구분할 정도로 허블우주망원경의 성과가 지대하다. 에드윈 허블이 누군지는 몰라도, 허블우주망원경은 전 세계인 대부분이 알 정도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단순히 황홀한 우주의 영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주에 대한 이해를 이전보다 깊고 넓게 해 주었다. 웹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을 뛰어넘어서 우주에 대한 지식의 지평을 훨씬 더 넓혀 줄 것이다. 한 예로, 외계행성 중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행성들을 밝혀낼 것이다. 태양계를 벗어나는 데에도 십수년이 걸리는 현재 기술로는 멀리 있는 외계행성들에 가기에는 너무나 멀지만, 외계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우리는 이들과 접촉할 방법을 마침내 찾아낼 것이다. 외계인과 교류하고 공생하는 시대를 지구인은 준비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웹우주망원경은 이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그래도 100억 달러는 여전히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럼 이렇게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 3억3천 명의 미국 국민이 1인당 연간 1.2 달러(1600원)의 세금을 투입한 셈인 것이다. 1년에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금액을 투자해 천문우주의 신기원을 여는 것이다.
웹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구석구석 신나게 찾아보는 동안 다음 단계의 우주망원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개념단계지만 구경 8m에서 15m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을 개발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관측파장 범위는 허블과 웹우주망원경의 파장인 가시광선과 적외선뿐만 아니라 자외선까지 넓게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관심 있게 볼 사항이 있는데, 이러한 계획을 세우는 것의 시작점에 '10년 계획'(Decadal survey)이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계는 분야별로 10년 계획을 세우는데, 국가과학재단이 주관하고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모여서 향후 10년간의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NASA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이 10년 계획에 따라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도 과학기술의 중장기계획을 과학기술자들이 만들었던 적이 있다. 2000년대 초에 전문가들이 총 동원해서 국가기술로드맵을 만들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과학기술자들이 중장기계획을 지속적으로 수립하고 점검하여서, 국가 과학기술을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개발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커피값을 모아서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망원경을 띄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꿈꿔본다.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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