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구 경제교육부장(부국장) |
그 한 가지 사례를 들면, 최근 대전 등 충청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대학들이 아우성이다. 출산 인구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형 위기 속에 새로운 악재를 다름 아닌 정부가 만들어서다. 이 악재는 수도권 대학에 유리한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이다. 이 계획은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가려져 있으나 지역 대학엔 '독'으로 치부된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15만명 규모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내놨다. 이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안보 자산인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할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반도체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 인재 육성과 산업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3가지 규제 완화 방안을 공개했다. 첫째 교원 확보율 충족 시 정원 증원을 가능하도록 하고, '계약정원제' 라는 카드를 꺼냈다. 둘째 겸임·초빙 자격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반도체 산업 현장 전문가를 교수 자원으로 적극 활용토록 했다. 셋째 반도체 교육역량 우수대학을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으로 지정해 과감한 재정 지원 및 규제 특례를 부여했다.
이를 두고 비수도권 시민사회단체와 대학 등은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한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똑같이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증원하더라도 반도체 관련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을 가속화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우려 의견을 의식해서 인지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25일 대전 소재 충남대를 찾아 반도체 인재 양성 관련 반발 여론 불식시키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수도권 산업입지 규제 완화 정책도 유사한 성격을 띤다. 국내 유턴 기업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증설 허용과 수도건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허용 등이다. 이 정책은 지방으로 공장 건설 및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비수도권 입장에선 아주 좋지 않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앞서 나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도 비수도권 민심을 들끓게 했다. 원 장관은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강제 이전을 실패 했다고 발언해 지방 이전을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공약인 대통령 세종집무실 3단계 설치방안을 수정한 것도 국가균형발전 약속 파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산 낭비를 줄이려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지역민들의 실망감은 크다. 윤 대통령의 세종 집무실 설치 약속은 지역균형발전 실행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런 와중에 새 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자치분권위원회와 통합을 앞두고 있어 그 역할이 더 약해지게 됐다.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만들어진 게 국가균형발전위원회다. 지역주도의 발전방안 마련을 지원하고, 지역만으론 힘든 부분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게 위원회의 몫이다. 결국, 대한민국이 골고루 잘 살기 위해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정부는 당장 보이는 경제 성장 함정에 빠져 지역을 버리는 '악수(惡手)'를 두지 않길 바란다.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경제 성장 정책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넘기 위해선 지역을 잘 활용하는 '묘수(妙手)'가 필요하다. 그 답의 기본은 국가균형발전에 있다.
수도권에 공장이 대거 들어서고 일자리가 몰리면 어떤 이가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가겠나. 대한민국이 잘 살기 위해선 수도권엔 적절한 규제와 지역엔 파격 인센티브 정책을 내놔야 한다. 지역과 상생 정책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윤석열 정부를 보고 싶다.
박태구 경제교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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