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출처=대전시] |
지역 현안 점검과 충청권 4개 시·도와 예산 협의를 위해 일찍이 잡힌 일정이었지만, 그 이상의 정치적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중앙당 내홍 사태와 맞물린 데다 최근 충청권 지지율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여 이번 집권여당 지도부의 충청방문에 시선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애초 개최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 국민의힘 당내 혼란이 극심해지자 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전국 17개 시·도와 갖는 예산정책협의회의 마지막 일정이고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지역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역을 찾은 국민의힘 지도부는 적극적인 구애전을 펼쳤다. 이들은 대전에서 열리는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세종시를 찾았다. 국회 세종의사당의 빠른 설치와 함께 대통령 세종집무실 공약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행정안전부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대통령 임시집무실 설치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지역에선 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진 상태였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역민방과의 대담에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에 대한 반발도 컸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상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세종집무실과 세종의사당 설치를 대통령이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 당과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세종시민과 충청도민에게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파기 주장에 대해선 "진의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악의적인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예산정책협의회에선 당 차원의 긴밀한 협조를 약속하면서 "충청발전을 적극 뒷받침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지역별 현안을 열거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재차 강조했고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충청이 대한민국의 중심지역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위의장은 당의 정책 심의·입안뿐만 아니라 정부와 당정 협의를 주관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충청 구애는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당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갤럽이 7월 26~2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전·세종·충청에서 국민의힘은 지지율 30%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9%를 얻어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을 앞섰다. 전국 평균은 양당 모두 36%를 기록해 충청에서 유독 하락 폭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대전·세종·충청에서 19%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는 72%에 달했다.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는 윤 대통령에게 충청의 지지율 하락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국민의힘 지역 인사들은 이번 예산정책협의회를 계기로 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모 인사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은 것 같다"며 "물론 예산정책협의회가 애초 계획된 일정이었지만, 집권여당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지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돌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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