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변호사 |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응원하고 있다. 법정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적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함께 순수한 모습을 직설적으로 뿜어내는 우영우의 매력도 인기의 한 몫이겠지만 아마도 극 중 다루어지는 법정 에피소드들이 그저 딱딱하고 험악한 것들이 아닌 누구나 함께 고민해 볼 만한 이야기들이기에 더욱 인상 깊은 것이 아닐까 싶다.
변호사로서 기존의 법정 드라마들을 접할 때 가끔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은 법정이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묘사되는 장면을 볼 때였다. 지나치게 선악이 뚜렷한 판·검사나 변호사가 등장하고 그들이 승패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현실의 법정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법조 삼륜이라는 판·검사, 변호사 모두 각자의 고민과 고충이 있고 그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아직 그래도 우리 법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진정한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 에피소드 첫 회에 나왔던 사건은 남편을 다리미로 때렸던 할머니의 이야기다. 검사는 '남편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할머니의 진술을 토대로 이 사건을 살인미수죄로 기소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우영우는 그 진술이 과연 할머니의 진정한 마음을 나타냈던 것인지 의문을 가지며 할머니에게 말한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미수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치상죄, 그냥 실수였다면 과실치상죄입니다. 마음에 따라 죄명이 바뀝니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 즉 범죄를 저지를 고의가 존재했는지, 그 고의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밝혀내는 것은 법률적으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자주 다루어지는 영역이다.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쉽게 알기 어려운 것이 우리 인간인데,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그들의 마음을 재단해서 죄를 정하고 형을 정한다는 것이 결코 쉬울 리 없다.
열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마음을 밝혀야만 하는 사건이 등장한다. 의뢰인은 지적 장애인을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해 강간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된 남자다. 피고인은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은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사는 피고인이 그 전에도 장애인에게 접근해 데이트 비용을 모두 장애인에게 부담하게 하고 성관계를 맺은 전력을 말하며 유죄를 주장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법정에서 성폭행이 아니라며 남자를 사랑한다고 증언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우영우는 장애인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지적 장애인은 정상적인 관계와 부당한 관계를 구별하는 힘이 약해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증언하는 정신과 의사의 의견은 배심원과 재판부에 고민을 던져준다.
아마 드라마를 보는 누구라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기에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진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 형태를 알기 어려운 진실을 두고 유죄와 무죄라는 극과 극의 선택지만 남게 되는 형사재판은 때로 잔인하기 그지없다.
우영우는 이상하다. 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우영우가 마주하는 사건들과 그 안에 숨겨진 진실들일지도 모른다. 드라마에서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건들이 현실의 법정에서 수없이 다뤄진다. 그리고 그러한 사건들의 진실은 도무지 더 알기 어렵다. 이상한 진실들 앞에서 우영우가 마주하는 고민은 현실의 변호사들이 느끼는 고민과 맞닿아있다.
이 드라마 덕분에 초등학생 아들이 비로소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어 무척 기뻤다. 많은 이들과 함께 법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또 기뻤다. 법은 때론 너무 멀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보다 쉽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법이 한층 더 가까워지길 바라본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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