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유성구 노은도매시장에 한 시민이 우산을 쓰며 들어오고 있다. 사진=윤주원기자. |
3일 유성구 노은도매시장은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직원 수가 손님보다 열 배는 많았고 상인 한 명은 한숨을 연거푸 내쉬고 있었다.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낯부끄러울 정도였다. 여름이 제철인 복숭아도 긴 장마로 신선도가 떨어져 보였다. 시민들은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날 복숭아를 구매한 시민 김순남(80)씨는 "장마철이면 가격이 늘 오른다"며 "비싸게 주고 사는데 품질도 안 좋다"고 전했다. 유성구 노은동에서 과일을 파는 최창식(65)씨는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장마 탓에 과일 당도가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3일 유성구 노은도매시장에 포도, 복숭아 등이 진열돼있다. 사진=윤주원기자.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대전 역전시장 지난 2일 고랭지 배추 1포기 가격은 8000원으로 지난해(4698원)보다 70% 증가했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열매에 부패하며 악취가 나고 썩는 무름병과 짙은 반점이 생기는 탄저병에 걸리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배추에 어린잎 가장자리가 마르거나 배춧속이 물러지는 석회 결핍과 무름병으로 7, 8월 배추 출하량이 평년보다 각각 13.5%, 7% 줄어들 것으로 봤다. 여름이 제철인 거봉 1송이도 1년 전(1만 8700원)보다 45% 오른 2만 7200원을 기록했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의 29일 우리동네 장바구니 물가정보에 따르면, 감자(수미 100g)는 350원으로 지난해(252원)보다 39% 올랐다. 상추(100g)는 1년 만에 958원에서 37% 비싸져 1180원에 마감했다. 청양고추(100g) 또한 지난해(750원)에서 1000원으로 33% 올랐다. 흰 콩(500g)은 4660원으로 지난해(3880원)보다 20% 상승했다.
대전 중앙청과 경매사 김득중(57)씨는 "채소 가격이 장마 때문에 모종판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며 "날이 더워 채소가 녹아 공급이 줄어들어 오르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자 외식비도 덩달아 상승세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의하면 6월 대전지역의 비빔밥 가격은 9400원으로 지난해(8700원)보다 700원 비싸졌다.
순병민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장마에 따라 공급이 줄며 가격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며 "기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선제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추석을 기점으로 농식품 물가가 내림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급 안정 등 추석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유나 기자·윤주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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