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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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어렵지 않아요

김정환 한국영상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
전 세종경찰서장

  • 승인 2022-08-02 17:21
  • 신문게재 2022-08-03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정환 교수
김정환 한국영상대 교수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며 오얏(자두)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 평소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선인들의 삶의 지혜를 간결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말이다. 한국의 국가청렴도 순위가 세계 180개국 중 32위라고 한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국가 단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는데 대한민국은 180개국 중에 32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는 22위 정도에 머물고 있다. 부패인식지수 32위라는 순위는 세계 10위권 경제력 등 한국의 위상에 비추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청렴도가 상승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이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데…' 라는 것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질문해도 기분 나빠 할 불법 행위를 극소수 공직자들이 저지르고 있고 그 부패·비리로 인해 국가 청렴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극소수 공직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부패, 비리 등이 발생하고 연고·온정주의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이를 어떻게 예방하고 제재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진작에 '청탁금지법'과 같이 제정되어야 할 '이해충돌방지법'이 어떤 이유인지 법제화 되지 못하고 공무원 행동강령에 들어 있다가 최근의 LH 사태 등으로 이제야 법으로 제정.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해충돌이란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정직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즉 이해충돌 그 자체는 부패가 아니지만 이해충돌 상황에 놓인 공직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부정한 사익을 추구하거나 부패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관리하고 통제해서 부패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타 법과 달리 '과정'이 강조되는 법으로 이에는 공직자가 해야 할 신고·제출 의무 5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제한·금지 행위 5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인·허가 등 16가지 대상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가족 등 사적이해 관계자가 직무 관련자가 되어 자기를 찾아온 경우 이를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고 회피하지 않으면 징계와 함께 과태료 2000만원의 제재를 받게 되며, 부동산을 직접 취급하는 공공기관에 소속된 모든 공직자는 업무와 관련된 부동산을 보유 및 매수한 경우 신고해야 한다. 2년 이내 퇴직한 직무관련자와 골프나 여행 및 사행성 오락 등을 하는 경우 소속기관에 신고하지 않으면 징계 및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공직자는 직무관련자에게 사적으로 조언이나 자문을 해 주고 대가를 받는 경우 등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으며 소위 부모 찬스, 지인 찬스 등 채용 특혜로 인해 대다수 청년 구직자들에게 상실감과 허탈감을 안겨 주는 일이 없도록 소속 고위공직자나 채용업무 담당자 등은 자신의 자녀나 동생 등 가족이 공정한 경쟁 절차 없이 채용되도록 지시·유도하거나 묵인을 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힘든 경찰생활 38년 9개월을 수행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등록 청렴전문강사 자격으로 반부패·청렴 관련, 해당 법과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각종 사례를 들어 강의를 하고 있다. 오늘도 졸강의 마무리는 필자가 뽑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공직윤리 10선 소개와 함께 "의식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관행이 바뀌고 관행이 바뀌면 궁극적으로 문화가 바뀐다"라는 멘트와 함께 스스로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학생들이나 후배 공직자들에게 청렴을 이야기 할 자격이 되는지, 경찰관 재직 중 청렴한 공직자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정말 떳떳했는지 말이다. 이 같은 질문은 모든 공직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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