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진 기자 |
만년 하위권에 2년 연속 꼴찌를 달리고 있지만, 보살팬들은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22시즌 상반기 한화이글스의 평균 관중은 5260명으로 10개 팀 중 8위다. 전천후 돔구장을 가진 키움이 4400명, 메이저리그급 최신 구장을 가진 NC가 4377명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구장에 사회인 야구에서나 볼만한 실책이 난무하지만, 웬만한 실수나 주루사에 보살님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휴'라는 탄식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최강한화'를 외친다. 7월 23일 열린 홈경기는 8회말 갑자기 내린 비로 경기가 중단됐다. 무려 116분 대략 2시간 가까이 경기가 재개되지 않았지만, 무려 2천여 명의 보살들이 집에 가지 않고 수행을 이어갔다. 경기 후 수베로 감독에게 이날 팬들의 모습을 어떻게 보았냐는 질문에 그는 "한화팬 그들은 관중이 아니라 10번째 선수다"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야구에 보살팬이 있다면 축구에는 '보살서포터'가 있다. 이들의 열정 역시 보살팬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대전하나시즌의 서포터들은 과거 K리그에서 가장 극성 맞은 서포터로 불렸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상대 팀 서포터들과의 마찰로 중대 규모의 경찰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축구장 안전요원이 대전서포터 때문에 탄생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겼을 정도다. 대전 역시 시민구단 시절을 포함 만년 하위권을 맴돌았다. 현재는 7년째 2부리그에 머물러 있다. 기업구단 인수 이전까지 툭하면 터지는 사건과 구단의 파행 운영에 대전팬들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다 못해 지하 10층까지 내려갔다.
이제는 지칠 만도 하지만, 대전서포터들의 팬심(心)도 여간해선 꺾이지 않을 기세다. 7월 18일 열린 대전 홈경기에선 아주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보통 경기에서 승리하면 골대 뒤에서 서포터들과 선수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는 세리모니를 펼친다. 이날 이랜드에 3-1승리한 선수들은 평소처럼 골대 근처로 모였다. 그런데 서포터 콜리더가 별안간 선수들을 향해 바닥에 앉으라 앉아보라 외쳤다. 그는 선수들에게 "경기 끝나고 피곤한데 또 뛰라 해서 미안하다. 오늘은 우리가 뛰는 것을 보라"고 말하며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선수에서 관중으로 입장이 바뀐 선수들은 서포터들의 춤에 맞춰 박수로 박자를 맞췄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보내는 특별한 '팬서비스'였다.
한화이글스팬들과 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 이들에게 '보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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