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교수 |
스포츠는 매 순간 승패가 갈리는 전장이다. 그래서 스포츠팀을 이끄는 감독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리더십 성향에 따라 전쟁을 지휘하는 장수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중국 춘추시대 전략가 손무가 쓴 손자병법에 나오는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의 분류가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용장(勇將)의 대표적인 인물은 야구의 김성근 감독이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엄격한 규율을 중시하고 철저하게 계획되고 통제된 상황에서 선수들을 강하게 훈련 시킨다. 다소 독선적인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의견이나 특징이 잘 반영되지 않는 단점이 있으나 결과를 빨리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김성근 감독 특유의 리더십은 2000년대 후반 SK와이번스가 3번의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매 경기 한국시리즈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운영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장(智將)의 대표적인 인물은 농구의 유재학 감독이다. 경기 중 발생하는 어떠한 상황에도 대응하는 지략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 유재학 감독은 '만 가지의 수를 갖고 있다'고 해서 '만수(萬數)'라고도 불린다. 선수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상대팀 전술을 끊임없이 분석했던 유재학 감독의 책상에는 농구에 대한 자료들이 항상 수북이 쌓여 있었다고 전해진다. 치열한 연구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전략 전술을 구사하고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을 갖고 팀을 이끌었던 그의 리더십은 그를 프로농구 최다승, 최다우승 감독의 길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덕장(德將)의 대표적인 인물은 축구의 박항서 감독이다. 2017년 베트남으로 건너간 그는 아시아에서 변방이었던 베트남 축구를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으로 이끌며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그의 성공 비결은 소탈함과 따뜻한 소통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국의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직접 발 마사지를 해주고, 부상 당한 선수를 위해 감독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등의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경기장에서 뛰는 것은 선수들'이라는 마인드로 선수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춘 리더십을 발휘한다.
국내외 정세가 어지럽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국제정세는 여전히 불안하고 전 세계가 경제 한파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국민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저출산, 청년취업, 젠더 갈등 등 그동안 지속돼 왔던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비전과 정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모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은 벌써 28%까지 내려왔다.
이장우 시장의 민선 8기가 출범한 지도 이제 막 한 달여가 되어간다. 4차산업 특별시의 위상·항공우주산업유치, 도시철도 2호선, 보문산 개발 등의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위와 같은 대내외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선택하고 추진하는 용장(勇將)의 리더십, 다양한 전략으로 위기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장(智將)의 리더십, 항상 직원들과 소통하고 시민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덕장(德將)의 리더십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는 대전을 만들어 주길 시민의 한사람으로 기원한다. /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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