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고 양궁부 신서빈 선수가 강경화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
대한민국 양궁 여제를 꿈꾸는 신서빈의 첫인상은 가냘픈 소녀의 모습이었다. 양궁보다는 체조선수에 어울리는 체격에 인터뷰에 수줍은 미소를 짓는 모습은 여느 여고생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연습장에서 활을 잡기 전까지 모습이다.
신서빈의 양궁 인생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친하게 지내던 언니의 권유로 시작됐다. 탄탄하고 매끈하게 빠진 양궁 장비가 마냥 신기했던 소녀에게 양궁은 운동이라기보다 재미있는 놀이 같았다. 그렇게 양궁을 즐긴 신서빈은 양궁 입문 4년 만에 '전국대회 초등부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초등부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신서빈은 중학교 2학년때 출전한 제41회 전국 시·도대항 양궁대회에서 50m, 30m, 개인종합 1위, 혼성팀전 우승으로 무려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층이 두텁기로 소문난 한국 양궁계에서 4개의 메달은 흔한 기록이 아니다. 강경화 대전체중고 여고부 코치는 "중학교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경력이 말해주듯 향후 대표선수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라며 "바람이나 경기장 조건 등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리는 단점만 보완한다면 지금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코치의 말대로 신서빈은 외부 환경에 자주 흔들리는 편이다. 6월에 열린 대통령기 전국남녀양궁대회에선 중계방송 카메라도 그녀의 적이었다. 신서빈은 "양궁 입문 이후 방송 카메라 앞에서 활을 당겨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카메라도 부담이었지만, 카메라 주변 사람들의 집중된 시선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막강한 적을 만났음에도 신서빈은 이 대회에서 거리별 성적을 통합한 총점에서 1372점을 얻어 2위에 올랐다.
신서빈의 롤 모델은 국가대표 양궁 여제 장혜진 선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모습은 초등학교 양궁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서빈은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리듬을 지키며 과감하게 슈팅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며 "기회가 된다면 장혜진 선배처럼 메달도 따고 방송에서 해설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을 쉬는 날에는 친구들과 대전 근교를 여행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도심을 떠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오면 집중이 더 잘되는 편"이라며 "운동 때문에 자주 나가지는 못하지만, 저에게는 유일한 힐링"이라고 말했다.
신서빈은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 상위권 입상을 위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양궁 입문 이후 치르는 가장 큰 대회다. 신서빈은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꾸준히 기량을 쌓아서 대표선발전까지 갔으면 좋겠다"며 "성인 이후에도 양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어느 팀이든 감사하게 생각하고 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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