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다누리에는 6개의 주요 장비를 싣게 되는데, 항우연이 개발을 맡은 고해상도 카메라 LUTI,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 편광카메라 PolCam, 경희대의 자기장 측정기 KMAG,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 분광기 KGRS,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우주인터넷 탑재체 DTNPL, 그리고 미국 NASA가 개발한 영구음영지역 카메라 ShadowCam이 그것이다. 다누리에 탑재된 6개의 장비를 통해 확보되는 달에 관한 다양한 정보는 그 자체로 과학적 성과물이 되기도 하지만, 다음 단계의 달탐사를 위한 준비물이 되기도 한다.
특히 NASA의 영구음영지역 카메라인 ShadowCam은 달의 극지에 있는 물의 분포를 측정하게 되는데, 이는 향후 아르테미스 계획상에 우주인이 상주하는 달기지 건설의 토대가 될 예정이다. 물이 있으면 식수 및 각종 작물을 키울 수 있고, 분해해서 수소는 연료로, 산소는 호흡하는 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인기지 건설이 쉬워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했기 때문에 다양한 달탐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30년까지 우리나라 자체의 달착륙선과 로버 계획도 마련되어 있어서 바야흐로 다누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우주탐사시대를 활짝 열게 된다.
우주탐사는 위성 및 발사체로 대표되는 그동안의 우주개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이다. 인류의 활동영역을 지구와 지구 근처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천체로 확장하는 것이다. 달까지 38만㎞, 화성까진 5400만㎞, 화성과 목성사이의 소행성벨트까지는 3억~5억㎞ 정도의 거리인데 이 정도는 달의 경우 최소 며칠에서 화성·소행성은 몇 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다.
철, 니켈, 마그네슘, 규소, 금, 이리듐, 각종 희토류 등 지구에서 점차 고갈되어 가는 자원들이 다른 천체에는 무한정 발견되고, 또 헬륨3같이 핵융합발전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자원이 지구상에는 극히 드물지만 달과 같이 대기가 없는 곳에는 엄청한 양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꺼이 우주탐사를 하겠다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우주강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인도는 자체적인 우주탐사계획을 속속 진행하고 있고, 그러한 경제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나라들도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의 동참을 통해 과실을 나눠 가지려 한다. 우리나라는 비록 우주개발은 우주강국들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일관성 있는 정책과 지속적인 투자, 연구원들의 수고 덕에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우주 분야에서 압축성장을 한 국가가 되었다.
그 사이 우주는 과학탐구의 대상을 넘어서 패권경쟁의 각축장이 되었고, 미래 국가경제의 근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치 대항해시대에 해양에 과감히 진출한 국가들이 수 세기를 지배했던 것처럼, 이제는 우주를 선점해야 미래에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적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국가우주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현시점에 이러한 시대가 도래했으니 우리에게는 얼마나 행운인가. 더구나 우리나라는 우주탐사와 필수적으로 연계되는 주변 산업, 즉, 전자, 정보통신, 건설, 광산, 정밀기계, 로봇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10여년 전에 이코노미스트지, 투자회사 골드만삭스,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한국은 2050년에 1인당 GDP 세계 2위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우주탐사시대에 우리의 발빠른 움직임을 보면 그 예측이 맞아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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