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불상 약탈과 도난 얽힌 특별한 사건 일본 쓰시마 사찰 '점유취득' 새로이 주장 이유경 변호사 "국가 상징물 해외반출 과정 밝히는 게 관행" 김경임 전 대사 "왜구 약탈 문화재 처리 주제로 이어져"
승인 2022-07-28 18:15
수정 2022-08-02 17:30
신문게재 2022-07-29 10면
임병안 기자
2012년 10월 8일 부산세관을 경유해 국내에 들어온 부석사 관음보살좌상이 10년째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지하 수장고에 유치되어 있다. 1330년 서산지역 신도 32명이 시주해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수비산 중턱 부석사에 봉안했던 불상이 왜구의 약탈로 보이는 경로로 1526년 일본 쓰시마(대마도) 사찰 간논지(觀音寺·관음사)에 옮겨진 지 500년만에 귀향이었다. 약탈과 도난이 얽힌 이례적 사건이다. 서산 부석사에게 반환하라는 대전지법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이 제기한 항소심이 대전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법과 민법으로 보는 서산 부석사 불상의 취득권 성립 국제학술집담회'를 통해 고려 불상의 진정한 고향이 어딘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 7월 27일 국회문화유산회복포럼(공동대표 박범계)이 (재)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과 함께 개최한 국제학술집담회에서 문화재 수준의 유물이 국외에 반출됐을 때 점유만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느냐에 대해 토론됐다. 1526년부터 2012년 도난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고려 부석사의 불상을 봉안했던 일본 쓰시마 사찰 간논지의 다나카 세쓰료 주지승이 6월 15일 대전고법 '유체동산인도' 항소심 변론기일에 처음으로 출석해 시효취득 법리를 처음 제기했기 때문이다. 왜구에 의한 약탈 정황을 뒤집을 정당한 취득 경로를 밝히기 어려운 탓에 일본 사찰 측이 10·20년간 점유한 자에게 인정하는 점유취득을 내세웠다는 분석과 함께 문화재에 대해서는 적법한 취득 경위를 밝히지 못할 때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법 추세를 점검했다.
김병구 법무법인 우정 대표변호
▲김병구 법무법인 우정 대표변호사=일본 사찰 측이 시효취득을 주장함으로써 대전고법이 어느 나라 법으로 판단할 것인지 주목된다. 우리나라 법으로 판단할 것인지, 일본 사찰 측의 주장대로 도난사건이 발생한 일본의 민법으로 판단할 것인지 관건이다. 또 일본 사찰은 시효취득을 주장할 뿐 1527년 해당 사찰이 창설될 때부터 10년 내지 20년이 경과한 시점에 시효취득을 완성했다는 것인지, 종교법인으로 성립한 1953년 1월을 기준으로 점유개시를 시작했다는 것인지 주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약탈에 의해 점유가 시작돼 일본 사찰이 1953년 법인으로 전환돼 불상을 승계한 것이라면 점유의 하자 역시 승계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기쿠다케 쥰이치 일본 교수의 지적에 의하면 왜구의 한 집단이자 약탈의 주체인 사찰이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고, 그 승계인 역시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는 부분을 짚을 수 있다.
이유경 미국 뉴욕주 변호사
▲이유경 뉴욕 주 변호사=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물이나 종교적 유물에 대해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관행은 로마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조선에서도 불교 유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국외로 반출하는 행위를 극도로 경계한 바 있다. 조선 태조 때 일본이 조선인 포로를 송환하는 대가로 팔만대장경판을 요구하거나 세종 때 코끼리를 선물로 보내며 팔만대장경판을 요구했을 때 이를 거절한 사실이나 어보와 어책은 종묘에 보관하고 대중에 공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불상이나 대장경 등의 종교적 유물이나 어보 등 국가의 정체성에 관련된 유물은 국외로 반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출되었다면 적법하게 반출이었는지에 대한 증명 책임을 현점유자에 있다는 게 불융통물의 로마법 개념이다. 문화재에 있어 소유 의사가 있는 점유를 이유로 취득을 인정하는 경우 약탈자를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법한 반출이라는 점을 현점유자가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증명에 실패한 경우 자주 점유 추정이 깨지는 것으로 보는 법리적 접근이 가능하다. 또 상징성이나 종교성이 없거나 약한 문화재라하더라도 임진왜란이나 일제시대와 같이 강제력에 의한 약탈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 마련되어 있었던 경우에도 현점유자에게 적법한 취득을 증명할 책임을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법논리 개발은 향후 식민지 경험이 있는 국가가 문화재를 반환 받을 때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김경임 전 외교통상부 국장
▲김경임 전 외교통상부 국장=이 사건은 필연적으로 수백년 전 일본에 약탈당한 다른 문화재 문제를 환기시키면서 불가피하게 임진왜란과 그 이전 왜구에 의해 약탈된 문화재 문제로 한일 양국을 인도하고 있다. 왜구에 약탈당한 문화재 처리에 중요한 전례를 만들 것이다. 일본에게는 과거 약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난당하고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전례를 크게 우려하는 것이고, 우리에게도 약탈 가능성을 알면서 그냥 돌려주었다는 전례는 치명적일 것이다. 이 불상은 고려말 서산 주민들의 신앙을 상징하는 성물임은 분명하다. 국제적 추세를 보면 문화재가 소재했던 원장소, 그리고 그 문화재를 제작한 특정 사회의 주민들과의 관계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적법한 취득을 입증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불리한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198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도난 당한 아스텍 달력은 1740년 멕시코에서 유럽으로 적법하게 반출되었음을 입증하지 못한 이유로 2009년 멕시코에 반환됐다. 1712년 스위스 종교전쟁에서 약탈된 취리히 국립박물관의 일부 소장품 역시 소유권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1996년 장크트갈렌주에 반환됐다.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도서를 반환 받을 때 프랑스 여론을 결정적으로 움직였던 우리의 근거는 외규장각도서가 프랑스에서는 전혀 연구되지 않고 창고에 처박아둔 고물에 불과한데 반해 이를 한국에 반환해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인류 문화유산의 발전에 보다 정당하다는 논리였다. 부석사 불상은 1972년 일본인 학자들에게 처음 발견되어 조사가 이뤄진 이후 더이상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외진 사찰에 방치됐다. 방황하는 고려왕조 시대 이름 없는 민초들이 외부의 지원 없이 스스로 연대해 그토록 훌륭한 문화유산을 남겼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일이다. 관음보살좌상은 서산 사람들의 문화재가 되어 돌아와야 한다.
찰스 댄지거 변호사
▲찰스 댄지거 댄지거&무로 법률사무소 변호사=미국법은 예술품의 취득시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독일 15세기 예술가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그림이 제2차 세계대전 폭격을 피해 독일의 모처에 보관되었고, 1945년 작품들이 도난당했다. 1946년 미국 미술 수집가이자 변호사가 젊은 전직 미군에게서 450달러로 그림들을 구매했다. 약탈당한 것이라는 것을 모른 채 선의로 구입했으나, 독일은 그림들의 반환을 위해 미국법원에 고소했고 재판은 13년 동안 계속됐다. 미국법원은 그림을 구매한 변호사가 자신의 집에서 그림을 20년 동안 공개적으로 전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독일에 반환하도록 판결했다. 독일에서 도난된 그림이므로 독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해당 변호사는 주장했다. 독일법은 취득시효를 인정하기 때문인데 미국법원은 재판이 시작될 당시 그림들이 미국에 있었다는 이유로 미국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영국법도 약탈된 예술품의 취득시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주경스님 수덕사 부주지
▲수덕사 부주지 주경스님=우리는 법원에서 내리는 결정에 따를 것이다. 그러나 소송이 오래 지속되면서 지하 수장고에 보관된 불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꾸 손상되고 훼손되는 상황은 예방해야 한다. 해마다 한 차례씩 친견불회를 가질 때마다 색이 변하고 모습도 작아지는 것 같다. 대전고등법원에서 어떻게 결론이 나오든 대법원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했을 때 몇 년을 더 지하 수장고에 불상을 모셔야할 지 모른다. 대법원에서 결론이 나기 전까지 더이상의 손상이나 훼손을 예방할 수 있도록 부석사에 모시거나 그렇지 않으면 중앙박물관이나 수덕사 박물관에서라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27일 국회문화유산회복포럼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제학술집담회를 열고 서산 부석사 불상의 취득권 성립에 대해 토론했다.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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