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철화분청사기 꽃피는 '이삼평도예단지' 설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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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철화분청사기 꽃피는 '이삼평도예단지' 설립하자

이재황 도예가(공주시 도예명장1호)

  • 승인 2022-07-31 16:35
  • 신문게재 2022-08-01 1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이재황교수
이재황 도예가(공주시 도예명장1호)
충남 공주는 '도자 도시'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철화분청사기와 함께 일본 자기의 시조 '이삼평'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1597년 일본 큐슈 오키군 다쿠촌으로 끌려간 이삼평은 16세기 중반 조선에서 소멸한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를 당인코바가마아토 등에서 17세기에 굽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3대 자완 기법인 철화자기 '에가라츠'는 이렇게 생산됐으며, 가마는 2016년 아리타 가마 개소 400주년을 기념해 국가사적지로 지정됐다.

철화분청사기와 이삼평의 운명적 만남은 계룡산 도자 유적에서 시작됐다. 일본 역사학자 나카지마 히로키가 1936년에 지은 '히젠도자사고(肥前陶磁史考)'에서 이삼평의 출생지를 '충청도 금강'으로 규정, 1990년 아리타정 주관 학술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학자들의 협의를 거쳐 그해 가을 아리타 시민이 모금한 2억 원을 투입해 공주 '박정자현창비'를 설치했다.

매년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도조 이삼평을 중심으로 일본 아리타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 일주일간 100~150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관광축제가 됐다.



이삼평은 김해 백파선, 남원 심수관과 함께 복잡한 한일 관계에 실타래를 풀어낼 도래인으로 역사적으로 조명받는 큰 인물들이다. 그중에서 도예전시관이 없는 인물은 이삼평 뿐으로 이 지역민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공주 학봉리 가마터를 중심으로 철화분청사기와 이삼평 브랜드를 융복합한 전국 규모의 '도자밸리'가 탄생할 날을 기대해본다.

근현대에 들어 동경제국미술대 공예과를 졸업한 공주 출신 봉계 김재석 교수(1916~1987)는 해방 이후 전국에서 도자공예 개인전을 최초로 고향에서 열어 현대 도자기 역사의 서막을 알렸고, 이때 제작한 철화로 그려진 '백자항아리'는 새로운 철화자기의 모티브가 됐다.

유형문화재인 철화분청사기와 함께 무형문화재 이삼평은 살아있는 콘텐츠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K-한류의 최고 소재다. '도자 도시'로 패러다임을 굳힌 경기도 이천과 공예 왕국 청주, 청자를 세계적으로 알린 강진, 그밖에 고흥, 문경, 양구 등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국가사적 333호)에서 제작한 철화분청사기가 지역 도자 문화의 대표적인 주체성을 갖고 있다면 이에 기반을 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인적인프라와 시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오랜 세월을 굳건히 지켜온 공주지역 도예가들과 이 지역 도예과 졸업생들이 매년 30명씩 넉넉하게 배출되며 지역 공방들과 작품활동을 공유할 수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2001년 설봉공원에 세계도자문화파크를 조성한 경기도 이천을 비롯해 김해의 클레이아크, 고흥군의 분청문화박물관, 문경의 한옥영화세트장 등 지역의 탄탄한 도자 문화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주 학봉리는 하루 평균 300명가량의 자발적인 방문객을 보유한 지역의 도자 문화 거점이다. 2019년 4월 학봉리 '이삼평도자예술단지' 조성계획 논의로 인해 현재 144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3층 규모로 이삼평도자예술단지는 1층 이삼평도예관, 2층 도예촌을 포함한 지역 도예 작가들의 작품관, 3층 전문 도예 전시장과 젊은 도예가들의 레지던시 공간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는 상신리도예촌과는 사업 영역이 다르며, 향후 효율적인 상생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뿐더러 중부권 도자 문화의 재도약을 위한 위한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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