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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이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 인식의 일단이 확인된 상황으로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윤 대통령과의 사적인 문자 메시지를 노출한 셈이 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경우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27일 일단 원내지도부는 문자 메시지 공개의 후폭풍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 징계에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은 확대해석이라는 것이다.
권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징계에) 윤심이 작동했다는 것은 다 추측이다. 지도부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얘기하다 사적으로 오고 간 이야기에 대해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뒤숭숭한 당내 상황이 쉽사리 진정될지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등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를 보면 당 지도부가 용산(대통령실)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권 대행의 리더십을 문제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원내대표 취임 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 9급 공무원 발언, 윤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공개 등이 이어지면서 구심력 약화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 같은 기류가 당장 지도체제 교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당헌·당규상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혼란 없이 지도체제를 교체할 뾰족한 대안이 없어서다.
한편, 대통령실은 '문자 유출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한, 당무는 당 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윤 대통령이 일일이 지침을 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며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하는 바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내부총질' 당사자로 지목된 이준석 대표는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은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언급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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