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고 양궁 유망주 이건호(16)선수가 연습장에서 과녁을 바라보며 시위를 당기고 있다. |
중학교 진학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함께 운동했던 친구들이 종종 메달을 따내며 시상대에 올라도 이 군은 크게 자극받지 않았다. "메달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어요. 서로 격려하며 해보자는 분위기가 더 좋았으니까 조바심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꾸준히 연습에 매진했던 이 군이 두각을 나타낸 건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중학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나간 대회에서 그토록 염원했던 메달을 따냈다. 2021년 제48회 한국중고양궁연맹 회장기대회에서 60m에서 1위, 50m에서 3위에 올랐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백 명의 유망주를 제치고 따낸 메달이었다. 연달아 열린 제4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시도대항 양궁대회에선 개인전 2위에 올랐다. 이 군은 "대회를 앞두고 유독 컨디션이 좋았다. 좋았던 감각이 대회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막상 메달이란 것을 목에 걸어보니 너무 뿌듯했고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됐다"고 첫 메달 소감을 떠올렸다. 묵묵히 아들을 뒷바라지했던 부모님도 첫 메달에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 군은 "저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을 봤다. 내색은 하지 않아도 메달을 많이 기다리셨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전체고 진항 이후에도 이 군의 신들린 감각은 유지됐다. 7월 11일부터 열린 전국시도대항 양궁대회에서 남녀 혼성단체전 금메달, 남고부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2년 연속 메달권에 진입하며 명실상부한 고등부 상위 레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세계 최강의 기량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계에서 2년 연속 입상권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군을 지도하고 있는 박민 대전체고 양궁부 코치는 "(이)건호의 가능성은 검증된 선수다. 체격이 또래 선수들과 비교하면 빈약한 것이 약점이지만, 꾸준히 관리해주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 군의 롤모델은 양궁국가대표 김우진 선수다. 수많은 양궁 선배들을 뒤로하고 김우진을 롤모델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이 군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과감한 슈팅 감각을 유지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 닮고 싶었다"며 "개인이 아닌 단체전에서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 군의 목표는 올해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후 양궁부가 있는 대학에도 진학하겠다는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이 군은 "나 자신을 위한 선수보다는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어떤 목표를 세우던 그 이상을 해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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