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6평으로 그리는 자유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6평으로 그리는 자유

김태열 수필가.

  • 승인 2022-07-25 14:06
  • 신문게재 2022-07-26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사진
김태열 수필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방영되고 있다. 그들은 세상을 등진 채 야성의 삶으로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중년의 나이대들은 그 방송을 보면서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는 꿈을 한 번쯤 꾸어보았을 테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대전 근교를 나들이 가면 시골에는 볼품없는 컨테이너가 간혹 보였다. 어느 순간 앙증맞고 비슷한 집들이 하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일명 '농막'으로 건축면적이 약 20㎡의 적은 집이다.



나이가 들면 조직을 떠난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할지라도 처자식 먹여 살릴 정도의 절박함으로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자기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노동은 놀이나 취미라고 여긴다. 굳이 그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행위를 통해 자기만족과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도 일인 셈이다.



요즘 시골은 소멸사회로 향해간다는 말이 체감된다. 그동안 농촌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 동남아 등에서 적극적으로 여성 이민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면 소재지 어린이집에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더 많고 머지않아 이들이 성장하여 농촌사회를 이끌어 갈지도 모른다. 어쨌든 온갖 노력에도 농촌인구의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농촌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도 녹녹하지 않다. 기후변화로 겨울에 혹한 일수가 줄어 해충이 득실거리고 가뭄도 빈번하다. 농약 규제가 강화되어 저독성 농약으로 자주 방제하게 되니 힘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만만찮다. 기후는 통제될 수 없기에 농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기가 쉽지 않다. 경제적인 이유로 농촌을 뜨는 젊은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노령화의 그늘만 짙어지고 있다.



농업은 변화의 길에 놓여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농지를 지닌 사람은 '빌 게이츠' 회장이라고 한다. 그를 비롯한 저명인사들이 실제 농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혁명적인 농업 변화의 물결을 '푸드테크'라고 하며 가축사육이 아닌 세포배양으로 고기를 만드는 '대체육'과 '에그테크'가 핵심이다. '에그테크'에는 농업에 IC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팜'에서는 날씨와 같은 외부변수를 제어하고 수경재배를 통해 잎채소류 딸기 토마토 등을 다량 재배한다.



지속가능한 농촌사회를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때이다. 도시에서는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이 늘어난다. 그들은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이나 제2의 출발을 꿈꾸면서 시골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 결과가 '5도2촌'으로 나타나는 인구이동이며, 자연적인 주거 형태로 농막이나 '세컨드하우스'가 출현한 것이다.



농막은 늘 생활하는 곳은 아니지만 편의 설비는 제법 갖추어져 있고 1가구 2주택에 해당하지 않으니 점점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시골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인구 유입이 생기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농막 형태의 주거방식이 농촌사회와의 접점에서 갈등이 있겠지만 큰 물결의 흐름이라 수용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도시에서 살면 늘 이해득실을 따지는 계산속에서 공동체의 눈치를 보며 규정된 자유만 누릴 뿐이다. 시골에서는 비교적 여유롭고 잡다한 인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연금으로 경제적인 뒷받침만 어느 정도 되면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놀고 싶으면 놀아도 된다. 그런데도 쉼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시골살이가 적성에 맞으면 아예 정원이나 집을 자신만의 색깔로 꾸밀 수도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에서 재배되는 상추 가지 토마토 오이 고추 등으로 고독한 한 끼를 창조할 수 있다.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자유를 찾아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자신만의 일을 통한 오롯한 삶을 꿈꾼다면 시골과 도시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일상의 궤도에 몸을 실어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