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올해 구순이다. 5년 전부터 치매 증세가 약간 있어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보살펴 주고 계셨다. 요양보호사 가정방문 보호는 하루 세 시간을 함께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래서 온종일 보호해 주고 챙겨 주는 주간보호가 있어 지난 4월 말부터 그쪽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오더니 "웬 세상이 이렇게 좋은 곳이 있냐?"라며 무척 좋아하셨다. 삼시세끼 식사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함께 재미나는 노래와 놀이로 온종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그 결과 한 달이 지났는데 얼굴색도 밝아지셨고 아픈 곳도 없어져 삶에 활기를 되찾은 듯 했다. 노인요양보호제도는 정말 잘한 정책임을 느끼게 했다. 복지란 꼭 이런 보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분야도 많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대부분 후보가 기초연금을 인상한다고 공약을 내기도 하여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법도 좋지만, 지하철 무료 승차 같은 비 금전적인 것이 노인복지에 더 좋은 정책임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노인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가? 한때 서울 어르신네들이 천안까지 와서 독립기념관을 둘러보고 병천순대를 먹고 온양온천에 가서 온천욕까지 하는 코스가 제일 인기였다고 했다. 지금은 경의선의 문산, 경원선의 도라산까지, 경춘선을 타고 춘천 명동에 가서 막국수나 닭갈비를 먹고 올 수 있지 않은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고 역까지 이동하고 식당을 찾아가는 것 그 자체가 운동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시니 정신 건강까지 얻을 수 있어 금상첨화이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복지정책이다.
1990년대 수도권에 생기기 시작한 민자역사는 역이 하나의 커다란 상업적 공간이 되었다. 쇼핑몰과 영화관, 회의실 게다가 호텔까지 있다.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적 공간이 철도역이다.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역 맞이방에 민원창구를 개설하는가 하면, 은행이나 주민센터를 설치한 곳도 있고 또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개설한 역도 있다. 역을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주민들이 가장 자주 접촉하는 공간임을 인식하여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 단체장들은 오래된 낡은 역사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예산을 확보하거나 자체 예산을 직접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에 기차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장소가 되다 보니 주요역에는 환승주차장은 물론이고 연계 교통망 확충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대전시장도 도시철도 건설 확충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 걸고 나와 승리하였는가 하면 어떤 지역은 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에 새로운 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 세우기도 했다. 그만큼 역과 철도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같이 복잡한 도심에서는 철도교통 확충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보편적 복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각 지자체는 도심의 교통 문제를 도시철도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도심간 이동 또한 고속철도나 GTX 같은 철도로 대체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18년이 지났다. 벌써 평택~오송 간은 선로용량의 부족으로 작년부터 복복선을 추진하고 있다. 대안없이 늘어나는 수도권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심고속철도인 GTX를 건설하고 있다. 철도는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철도교통은 국민에게 주는 최대의 복지라 할 수 있다.
반극동 철도 전문 칼럼니스트, 철도전문인재뱅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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