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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계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시 산하 출연기관 종사자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에 따른 복무관리에 신중을 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상식 수준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3년 남짓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어느 때보다 큰 고통을 겪는 시기에 선거활동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결국 지역 예술인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문화재단에서 근무하는 직원 A 씨는 올해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 시의원 공천 과정에서 예비후보 신분으로 올해 4월 초부터 공천심사 시점까지 자신의 SNS에 지지를 호소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선거활동을 보여왔다. 공천심사 탈락 이후에도 같은 정당의 자치단체장 후보 등의 SMS에 지지를 연상케 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갔다.
직원 A 씨는 특정 정당의 후보가 아닌 공천심사를 받았을 뿐이며, 선거관리위원회 관련법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개인 연차를 사용해 활동하거나 선거 관련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등 재단 업무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는 선거 공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두 달 남짓한 선거기간 동안 휴직이나 대기발령 등 업무 차질에 대비한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인의 일로 묵인한 재단의 인사관리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전문화재단 내 팀별 예산지원이 필요한 사업과 관련, 문서를 상신(上申) 하는 과정에서 업무 관련자인 직원 A 씨의 협조 요청에 출장·연가 등 대리 결제가 A 씨의 선거 활동 기간과 비슷한 시기에 자주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3월 30일부터 5월 31일까지 시 산하 공사·공단 4곳과 출자·출연기관 13곳에 '선거관여 행위', 'SNS 활동 위반', '공직기강 해이' 등 선거기간 복무관리를 철저히 당부하는 협조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기간에 발생하는 복무위반에 대해 자체 기관에서의 해결을 원칙으로 한다"며 "대전문화재단의 경우 선거활동에 따른 윤리강령을 명시해놓지 않다 보니 틈새나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역 문화계의 한 교수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은 윤리·도덕적인 측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는 시 출연출자기관 직원의 발언으로 부적절하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문화예술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업무 공백과 집중도 저하가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사회가 용인하는 잣대로 볼 때 비판받을 행위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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