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교수 |
애플 제품 개발 전략은 디자인 우선 전략을 사용한다, 브랜드와 디자인을 먼저 개발하고 그다음에 기술을 적용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그 결과로 애플의 디자인은 단순하고 일체감이 있으며 감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애플 스럽다'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최근 출시한 쌍용자동차 토레스의 경우, 디자인이 호평받으며 사전 예약만 3만대를 돌파하여 히트를 예감하고 있다. 전통적인 디자인은 미학을 중시하지만 최근엔 제품에 담긴 의미와 성능, 스토리를 함께 다룬다. 토레스 역시 사물의 외형뿐만 아니라 제품의 본질적 가치와 철학에도 의미를 부여했고 이를 통해 혁신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디자인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며 환경과 사회문제, 기업 윤리까지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되어 그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제한된 국가에서는 전략적으로 '디자인 강국'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위상에 걸맞게 디자인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국가 차원에서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의 설립이 요구되며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디자인청(廳)' 신설이 필요하다.
디자인은 시각, 포장, 산업, 환경, 영상, 콘텐츠, 패션, 서비스디자인 등 각 분야에 따라 다양한 기관에서 디자인 산업에 대한 육성과 관리를 하고 있다. 크게 보면 시각, 포장, 산업디자인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영상 및 콘텐츠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하고 있어 통합적인 콘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태이다. 또한, 디자인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문화를 확산시키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디자인 박물관이나 디자인 교육을 할 수 있는 디자인 체험관 등이 주요 도시에 설립되어야 하지만 설립된 곳이 거의 없고 특성화된 운영도 되고 있지 않다.
디자인청의 주된 역할은 첫 번째로 디자인 분야에 대한 콘트롤 타워의 역할이다. 디자인은 분야에 따라 관련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브랜드와 같이 거시적인 디자인 담론을 만들어내거나 지자체나 사업 간의 중복, 조율 등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산업 관련 관계 법령도 부처마다 달라 통합관리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디자인 관련 지원기관들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특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창의적인 디자인 문화 확산이다. 디자인의 부가가치는 매우 높으며 디자인산업 성장률이 GDP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전통적인 산업 분야뿐 아니라 미래의 먹거리인 창의 산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조기 디자인 교육이 필요하며 디자인박물관, 체험관의 설립 등의 인프라 조성과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해야 한다.
세 번째로 디자인 기반 창업과 디자이너 성장지원이다. 싱가포르의 2.2㎞ 쇼핑거리 '오차드 로드'에 있는 '디자인 오차드'는 의류, 가방, 액세서리, 향수 등 젊은 디자이너들이 만든 61개 제품이 진열돼 있다. 정부가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스타트업이나 예비 디자이너, 현역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디자이너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창업과 성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영국의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은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진공청소기를 1993년에 개발하여 지금은 날개 없는 선풍기, 핸드 드라이, 가습기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가전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성공 뒤에는 가전제품의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특이한 컨셉과 디자인의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디자이너도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하도록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디자인청 설립은 제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재 양성과 디자인의 대국민 인식변환에 계기가 될 것이며 앞으로 선진국으로서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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