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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실세이자 핵심 친윤(친윤석열)계인 권 대행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세종 제2집무실 설치 공약은 반드시 지켜질 약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논란 후폭풍으로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 충청권 지지율이 급락하자 황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애초 당정이 논란을 불러왔다는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권 대행은 "국민과의 약속 이행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국정 제1원칙"이라며 "저는 국토부와 행안부 등에 2단계를 생략하는 대신 3단계 정식집무실의 조속한 신축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썼다. 이어 "각 부처 장관 역시 공감하고 긍정 검토를 약속했다. 빠른 시일 내 상세한 계획 역시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선 이후 공약 구체화를 위해 세종집무실 3단계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세종청사 1동 국무회의장을 우선 활용하고, 올해 12월 입주하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임시집무실을 설치한 뒤 2027년 국회 세종 분원 개원에 맞춰 정식 집무실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야권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권 대행은 "마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제2집무실 설치 공약을 완전히 폐기했다는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민주당에 유감을 표한다"며 "지역발전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진심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권 대행의 해명에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이자 충청권의 염원에 대해 갈지자 행보를 보여온 당정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 전에는 세종집무실 설치를 철석같이 약속했지만, 대선이 끝나자 대통령실은 경제난 속 공약 2단계에 소요되는 150억 원 예산을 가용하기 어렵다고 공약을 뒤집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얼마 전 권 대행은 지역 민방과의 인터뷰에서 "보여주기식으로 1년에 며칠 사용할 뿐이다. 이렇게 생각이 들어서 굳이 집무실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공약 폐기 선언까지 의심케 했다.
충청권에선 이처럼 당정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기면서 권 대행의 세종집무실 신축 공약 이행 발언도 100% 믿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없지 않다.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앞 충청권 표를 의식해 또 다시 희망 고문을 이어가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여권이 권 대행 발언이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선 다음달 2일 충청권 4개 시·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세종집무실 착공 시점을 포함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내년 정부 예산안에 세종집무실 설계비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청 정치권의 역할도 막중하다는 지적이다. 25일부터 27일까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에 대한 정부 의지를 확인하고 쐐기를 박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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