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환 국장 |
쉽게 말해 지금까지 문화재가 일종의 재화로서 그 물성을 강조한 것이었다면 이제 '유산(遺産)'의 개념이 적용돼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개별 문화 '재(財)'를 넘어 그것의 역사와 정신, 가치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당연히 행정의 영역 또한 일차원적인 보존이 아닌 계승과 활용, 현재를 넘어 미래로까지 확대될 것이다.
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유형에 따라 개별 문화유산법들의 제정 또한 뒤따를 예정인데, 이 중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담긴 것은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이다. 현재도 근대문화유산은 일반적인 '지정'이 아닌 보다 유연한 보호제도인 '등록'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 새로운 법은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개념을 보다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활용을 위한 지원의 근거들을 분명히 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동안 등록기준에 필적하지 못해 문화재로서의 시민권을 얻지 못한 다수의 비등록 근현대문화유산들이 '예비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제도적 보호의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새로운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에 대전시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전이 '근대도시'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은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많은 국가등록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의 문화재 정책 또한 근현대문화유산에 그 역량을 집중해 왔다. '뾰족집 무단 훼손'과 '선화동 구 교장사택 화재' 등 흑역사도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먼저 재개발지역에 대한 문화재 조사와 기록화 사업을 정례화했으며 최근에는 시등록문화재 제도의 도입과 함께 '옛 대전형무소 우물'을 시의 첫 등록문화재로 고시했다. 예비문화재에 해당하는 '미래유산' 제도도 신설해 다가올 국가유산기본법 시대의 정신과 취지를 타 시·도보다 앞서 실천해 왔다.
다음으로 기대를 가진 이유는 근현대문화유산이 ‘일류 경제도시 만들기’에 핵심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민선 8기 약속사업으로 국가등록문화재인 '대전육교'를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근현대문화유산의 신속한 전수조사와 함께 문화유산의 다양한 활용모델을 찾고 있다. 여기서 대전시가 고민하는 건 '경제도시' 앞에 붙는 '일류'라는 단어다.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유산은 시민 모두가 차별 없이 향유 해야 할 가장 고급인 공공재다. 대전시의 지역내총생산액(GRDP)는 41조3000억 원이 넘고 올해 본예산은 7조2000억 원을 웃돈다. 대전은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다.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를 개최할 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크다. 그런 대전 앞에 우리가 다시 일류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거기에는 단순한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대전만의 고유한 매력, 이 도시의 시민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 거리를 걸을 때 느껴지는 대전이라는 도시의 사랑스러움 같은 것들이 그 기준에 추가돼야 할 것이다.
대전의 문화유산, 특히 우리의 일상 가장 가까이 있는 근현대문화유산은 그러한 '일류도시' 대전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재화가 아닌 공동체의 유산으로서의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부활할 '대전역 0시 축제', 대전의 명물 '성심당 튀김 소보로',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소제동 철도관사촌의 좁은 골목길', '대전 식장산의 노을' 이 모두가 대전의 미래유산인 동시에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 도시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다. 민선 8기 '일류 경제도시 대전'이라 쓰고 '문화유산 도시 대전'이라고 읽게 될 날들을 기대해 본다. /문인환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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