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뒷사람이 기리는 사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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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뒷사람이 기리는 사람 ①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7-22 10:3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에 등장하는 사람 또는 사건의 유형이 궁금해서 조사하고, 정리 해 왔다. 어떤 사람을 기억하고 기릴까? 생각보다 워낙 광범위해, 끝이 없다. 고사인물도는 유교적 교훈인 충(忠), 효(孝), 예(禮), 의(義)를 본보기로 삼기위해 중국 한대(漢代)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인의 깨우침이나 이상, 무위자연, 은일, 안빈낙도, 풍류 등 저마다 귀감이 되는 주제를 택하다 보니 무척 다양해진다. 작가나 감상자 모두, 자신을 등장인물에 투영해 보기도 하고 마음을 의탁하기도 한다.

우리 음악 가사에는 누구나 궁금해 할법한 것을 나름대로 정리해 놓은 내용이 많아, 종종 놀라게 된다. 다음은 표상으로 삼은 사람과 그 근거가 등장하는 창부타령 한 구절이다. 판소리 수궁가에도 유사한 내용이 있다. 지금은 거론되지 않는 인물, 사용하지 않는 한자말이 많아 내용을 알지 못하면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날 찾네, 나를 찾네, 그 누구라 날 찾나, 기산(箕山) 영수(潁水) 별건곤(別乾坤)에 소부(巢父) 허유(許由)가 날 찾나, 백화심처일승귀(百花深處一僧歸)라 춘풍석교화림중(春風石橋花林中)에 성진화상(性眞和尙)이 날 찾나, 청산기주(靑山冀洲) 백로탄(白鷺灘)에 여동빈(呂洞賓)이가 날 찾나, 도화유수무릉(桃花流水武陵) 가자 어주속객(魚舟屬客)이 날 찾나, 수양산(首陽山) 백이숙제(伯夷叔齊) 고사리 캐자 날 찾나, 부춘산(富春山) 엄자릉(嚴子陵)이 간의대부(諫議大夫) 마다하고 칠리동강일사풍(七里桐江日斜風)에 함께 가자 날 찾나, 기경선자(騎鯨仙子) 이태백(李太白)이 풍월(風月)짓자 날 찾나,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노인(老人)이 바둑 두자 날 찾나, 기주(嗜酒)하던 유영(劉怜)이가 동배주(同盃酒)하자고 날 찾나, 칠석은하(七夕銀河) 견우직녀(牽牛織女) 한포(漢浦)로 지나다가 함께 가자 날 찾나, 차산중운심(此山中雲深)한데 부지처(不知處) 오신 손님 날 찾을 리 없건마는 그 누구라 날 찾나."

기산은 중국 하남성 등봉현에 위치한 산이고 영수는 소부와 허유가 숨어 살던 강 이름이다. 거기를 특별한 곳(別乾坤)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허유는 천하나 구주(九州)를 맡아 달라는 요 임금의 제의를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하고, 더러운 말을 들었다 하여 영수에 귀를 씻는다. 그 모습을 본 소부는 허유가 은자(隱者)라는 소문으로 명성을 얻게 된 점을 비판하고, 자신의 망아지에게 귀 씻은 물을 먹일 수 없다하여 망아지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 버린다.



온갖 꽃이 만발한 곳으로 한 중이 돌아와, 봄바람 부는 다리 위 꽃 숲에서 노니는 것이 무척 부러웠던 모양이다. 성진은 소설 구운몽(九雲夢, 西浦 金萬重1637~1692 著)에 나오는 중의 법명이며, 화상은 덕이 높고 수행을 많이 쌓은 중의 높임말이다. 팔선녀(八仙女)를 희롱한 죄로 인간 세상에 태어나, 여덟 여성과 차례로 만나 여섯 아들과 두 딸을 낳고 화려한 인생을 보낸다. 말년에 인생무상을 느껴 부인들과 함께 불문에 귀의한다.

산천이 푸른 기주 땅의 백로가 나는 물가에 사는 여동빈, 그는 당나라 덕종 정원(貞元) 14년(798년) 4월 14일 포주(浦州) 영락현(永樂縣)에서 출생하였다. 본명은 옥경(王京)이고, 자(字)는 백옥(伯玉)이며, 또 다른 이름은 소선(紹先)이다. 출가 이후에는 이름을 암(岩)으로 고쳤고, 자는 동빈(洞賓)으로 종리권(鐘離權)에게 도학을 배운다. 학령(鶴嶺)에서 3종류의 공덕(功德)과 5등급의 혼백에 대해 설교하여, 위대한 학자와 도사로 우러른다. 당팔선(唐八仙)중 한 사람이다.

무릉도원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가상의 선경으로, 행복이 넘치는 이상향이기도하다. 복숭아꽃이 물에 떠 흐르는 무릉도원에 고기잡이배를 타고 간 사람은 누구일까?

백이숙제는 형제의 서열과 시호를 합친 것이다. 백이의 성은 묵(墨)이고 이름은 윤(允)이다. 백(伯)은 맏이라는 뜻이고 이(夷)는 시호이다. 숙제는 그의 아우로서 이름은 지(智)요, 시호는 제(齊)이다. 숙(叔)은 아우라는 뜻이다. 백이숙제는 한 나라를 다스리던 고죽군(孤竹君)이라는 사람의 아들이었는데 고죽군이 나라를 숙제에게 물려주려고 하였다. 숙제는 그것이 예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사양하자, 백이역시도 받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나라를 떠나 문왕의 명성을 듣고 주(周)나라로 갔으나, 이미 문왕은 죽고 그의 아들이 왕위에 올라 은(殷)나라를 정벌하려 하였다. 이에 백이와 숙제가 그 정벌의 적절치 못함을 간하였으나 무왕이 듣지 않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주나라의 녹을 받은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뜯어 먹다가 굶어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호칭이다. 백이와 숙제는 형 이공(夷公)과 아우 제공(齊公)을 가리키는 호칭이다.(계속)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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