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나에게 무슨 녹용이, 보약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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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나에게 무슨 녹용이, 보약이 필요하랴!

남상선 / 수필가

  • 승인 2022-07-22 10: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내가 유성평생학습센터에서 봉사활동차원 고교 검정고시 수업할 때의 얘기이다.

학습 대상자는 60세 안팎의 늦깎이 공부를 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달에 4시간밖에 안 되는 수업이어서 가르칠 내용은 많고 시간은 적어 늘 허둥대는 수업으로 끝나는 시간도 모를 정도 10분은 보통 연장이 되는 수업이었다.

학습자는 배우지 못한 한과 설움으로 만학(晩學)을 각오한 분들이라 모두들 열심이었다.



일선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는 얼굴도, 마음도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공부만 열심인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정과 사랑을 나누는 분들이었다.

김장철 어느 날이었다. 배추김치 담갔다며 고춧가루 양념이 줄줄 흐르는 배추 한 포길 가지고 왔다. 선생님 생각이 나서 가져왔다며 가장 맛깔나는 한 포길 들고 온 것이었다.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마냥 고맙고 감사해서 가져온, 한 포기였지만 거기엔 계산이 안 되는 순수 자체, 진실한 마음, 따뜻한 가슴이 그대로 숨 쉬고 있었다.

가을 알밤 주웠다고 대추 땄다고 바리바리 봉다리를 가지고 왔다. 그저 가르쳐 주는 것이 고마워서, 감사해서 금덩이보다 더 소중한 마음을 들고 온 것이었다.

또 한의사 딸을 둔 윤○○ 어머니는 딸이 주었다며 소화제 환약 한 병을 들고 왔다. 체하거나 소화불량에는 그만이라며 열 알도 한 주먹도 아닌, 소화제 환약 한 병을 통째로 주는 것이었다. 그저 고마워서, 감사해서 천사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거였다.

강의실 책상 옆에서는 맛깔나는 배추김치가, 소화제 환약병이, 알밤과 대추 봉다리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똬릴 틀고 늦깎이 공부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있었다.

환갑 가까운 나이, 송○○ 씨가 예수님 초상화를 한 장 그려 왔다. 가로 40㎝, 세로 45㎝ 되는 액자에 손수 그려 모셔온 예수님 성화 한 점!

세상에서 소중한 거 많다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여기로 모인 느낌이었다.

가식 없는 순수와 진실, 그 앞에서는 감동이라는 그 자체를 숨길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고마움과 감사함 그 자체였다.

송○○ 씨가 그려온 예수님 초상화!

정밀한 필치의 손놀림, 정성과 사랑의 손길이 그대로 액자 속에 숨 쉬고 있었다. 배색과 색의 조화, 균형 잡힌 구도, 나무랄 데가 그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프로 초상화작가 작품과는 비교도 안 되는 명품수작이었다. 초상화 대가가 그린 그 이상의 대작이었다. 그림에 대한 아까운 재능과 그 끼를 감탄사가 말해주고 있었다.

공부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손수 그린 성화 한 장으로라도 대신하려는 그 마음, 명품 초상화가 많다지만 그 중에서도 장원 감이었다.

감사함이 감사함으로 통하는 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신의 체구에 잘 생기지도 못한 얼굴을 가진, 평범한 갑남을녀의 한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주변사람들로부터 벅찬 사랑을 많이 받고 사는 것 같았다.

이상하리만큼 뭇 사람들의 소중한 정성과 사랑과 그 마음을 먹고 사는 사람 같았다.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다 할 녹용 한 제, 보약 한 첩 먹지 않고도 건강하게 사는 것은, 그 어떤 보약보다 영험한 사랑과 정성과, 따뜻한 가슴에서 나온, 그 마음을 먹고 살아온 덕분이리라.

아마도 내가 건강하게 사는 것은 보약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정성과 사랑을 주식으로, 간식으로, 먹고 살았던 덕분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나와 인연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분들 덕분에 행복하게 살고 있다.

보은의 길은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평생 감사할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가진 것은 없지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부자로 살고 있다.

나를 챙겨주는 따뜻한 가슴이, 사랑이, 마음이 여기저기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받아온 모든 사람들의 따듯한 가슴의 사랑의 온기를, 그 따뜻한 사람냄새의 훈기를 모두 합산한다면 그 열기가 북극의 빙하를 천 개도 녹이고 남으리라.

이러하니 나에게 무슨 녹용이, 보약이 필요하겠는가!

네 주변에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분들의 따뜻한 가슴이 나에게는 가장 힘이 나게 하는 영약이다. 그저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나에게 무슨 녹용이, 보약이 필요하랴!

예수님 성화 액자, 한 포기 배추김치, 소화제 환약병, 알밤과 대추 봉다리!

표현만 달랐지 이 모두가 나에겐 보약인 것을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사의 마음을 담은 영약인 것을!

남상선 / 수필가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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