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속편이 지니는 숙명은 연속성과 새로움의 모순일 것입니다. 내러티브와 캐릭터, 스타일의 일관성은 자칫 매너리즘의 덫에 빠지게 됩니다. 관객들은 필연 재탕이니 삼탕이니 하며 질타할 것이 뻔합니다. 반면 새로움을 강조하면 전편이 지닌 강렬한 인상에서 벗어나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비난에 직면합니다. 이 영화 '토르 : 러브 앤 썬더'는 후자의 경우입니다. 토르는 우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스톰 브레이커 하나로 수많은 강적을 제압하는 막강함이 그만의 매력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런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연인 제인이 또 한 명의 토르가 되어 여성 히어로로 등장합니다. 그러니 남성 토르가 매력 있게 보일 리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영화가 나름 볼 만한 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초강력 악당 고르를 상대하기 위해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만 정치적 이해에 의해 거절당하는 모습은 현실 세계를 은유하거나 풍자합니다. 고르가 잡고 있는 어린이들을 구해내려는 과정에서 강조되는 마이티 토르 제인의 모성적 사랑 역시 이 시대의 상실과 소구점을 적절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희생적 영웅 서사는 물론 대단히 오랜 것입니다. 그럼에도 능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대한 성찰과 반추를 보여줍니다. 제목이 그러하듯 천둥과 더불어 사랑이 있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물론 여기서 과도한 아동친화적 태도가 기왕의 토르 캐릭터를 기려 왔던 성인층의 팬덤에게 실망을 준 것은 분명합니다.
오락과 교훈은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영웅의 능력이 욕망의 대리 실현을 통한 재미의 달성에만 기여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다소간의 혼란이 있지만, 마블 시리즈가 곧 다시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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