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예측가능 에너지 정책의 의미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예측가능 에너지 정책의 의미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7-19 11:03
  • 신문게재 2022-07-20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겨울의 기상현상을 표현했던 '3寒4溫'이라는 말이 있다. 열대야인 한여름에 왠 겨울 얘기?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우리 나라 포함하여, 북동아시아에서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기상 변화다. 필자가 어렸을 때 예언처럼, "추위는 모레쯤 누그러진다" 라고 하시던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그후 틀림없이 날은 따뜻해졌지만, 요즘이라면 아무리 할머니라도 힘드실 거다. 슈퍼컴퓨터로 분석하는 기상청도 실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기후 변동 요소는 커졌다. 이런 기후 변동의 주요인은 인류의 화석 연료의 사용이 온실가스를 만들고, 이로 인한 지구 온난화라고들 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대책으로 탄소 중립 목표를 세우고,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논란의 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요즘 유럽과 우리 나라에서의 탈원전 정책의 유효성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은 기후 변화에 대해 일반인들도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예로, 갈수록 증가하는 폭염과 열대야, 계속되는 산불, 해조류 변화 등)로 그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인들이 전문가들에게도 이해하기 힘든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이 지구 온도 상승 1.5도' 를 실감하기는 힘들다. 다만 전문가들의 해석 근거와 예측 결과들이 체감하는 기상 현상들과 일치하는 정도를 보고 짐작하시는 것이리라.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할 정도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불신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 후, 바이든 정부는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하고 기후 변화 정책을 착실히 수행할 것을 국제적으로 표명하였다. 이례적인 재선 실패라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외교 및 경제 분야처럼 현격한 에너지, 기후 정책도 변해야 할 것 같은데, 바이든 현정부가 대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트럼프 전정부와 확연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기후변화 대응은 장기간 준비와 시행을 전제하고, 에너지정책 역시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안건으로 그리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거라고 추측된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미국의 전/현 정권 사이에 기후변화 대응 시급성에 대한 견해 차는 존재하나, 이와 관련된 에너지 정책은 국가 존망 안건으로 두 정권 공통적으로 신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본다.

지난 컬럼에서 북송의 정책 (왕안석의 신법 VS.사마광의 구법) 변화의 와중에 정적(政敵)에 대한 상호 존중의 매너(?)를 소개했다. 우리 나라의 예가 이와 견줄 수 있을지 독자가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 때는 조선 선조 임진왜란 2년전, 정보 수집을 위해 조선은 통신사를 파견했다. 정사(正使) 황윤길과 부사(副使) 김성일은 일본의 전쟁준비 상황을 반대로 보고한다. 김성일은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면서도 대책 없는 전쟁 예고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고자 했던 것 같다. 사전에 전쟁 대비를 위해 침략 루트에 의병을 준비하고, 호남 사수를 위한 진주성 수성 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김성일의 행적이다. 류성용과 혼란을 염려하는 대화 기록도 있다 하니, 리더였던 선조의 행동 패턴를 감안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보면 김성일은 당파가 다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왜곡된 정보로 당파나 임금에게 아첨하는 간신이 아니라, 나라를 앞날을 걱정하는 진정한 충신일 수도 있다. 덧붙여 곽재우 의병장이, 진주 대첩을 이끌었던 김시민이 김성일과 뜻을 같이 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의 국가 에너지 정책에 '급선회'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탈원전 정책의 방향성 논란일 수도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세계의 에너지 및 곡물에 큰 변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러시아, 미국, 중국 등 우리를 둘러싼 나라들이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우리의 외교 균형 감각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런 국제 정세 변화와 더불어 예측 불가능의 난이도가 높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서 국가 정책 입안자들만 닦달할 일인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