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지금은 기후 변화에 대해 일반인들도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예로, 갈수록 증가하는 폭염과 열대야, 계속되는 산불, 해조류 변화 등)로 그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인들이 전문가들에게도 이해하기 힘든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이 지구 온도 상승 1.5도' 를 실감하기는 힘들다. 다만 전문가들의 해석 근거와 예측 결과들이 체감하는 기상 현상들과 일치하는 정도를 보고 짐작하시는 것이리라.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할 정도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불신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 후, 바이든 정부는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하고 기후 변화 정책을 착실히 수행할 것을 국제적으로 표명하였다. 이례적인 재선 실패라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외교 및 경제 분야처럼 현격한 에너지, 기후 정책도 변해야 할 것 같은데, 바이든 현정부가 대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트럼프 전정부와 확연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기후변화 대응은 장기간 준비와 시행을 전제하고, 에너지정책 역시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안건으로 그리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거라고 추측된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미국의 전/현 정권 사이에 기후변화 대응 시급성에 대한 견해 차는 존재하나, 이와 관련된 에너지 정책은 국가 존망 안건으로 두 정권 공통적으로 신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본다.
지난 컬럼에서 북송의 정책 (왕안석의 신법 VS.사마광의 구법) 변화의 와중에 정적(政敵)에 대한 상호 존중의 매너(?)를 소개했다. 우리 나라의 예가 이와 견줄 수 있을지 독자가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 때는 조선 선조 임진왜란 2년전, 정보 수집을 위해 조선은 통신사를 파견했다. 정사(正使) 황윤길과 부사(副使) 김성일은 일본의 전쟁준비 상황을 반대로 보고한다. 김성일은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면서도 대책 없는 전쟁 예고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고자 했던 것 같다. 사전에 전쟁 대비를 위해 침략 루트에 의병을 준비하고, 호남 사수를 위한 진주성 수성 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김성일의 행적이다. 류성용과 혼란을 염려하는 대화 기록도 있다 하니, 리더였던 선조의 행동 패턴를 감안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보면 김성일은 당파가 다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왜곡된 정보로 당파나 임금에게 아첨하는 간신이 아니라, 나라를 앞날을 걱정하는 진정한 충신일 수도 있다. 덧붙여 곽재우 의병장이, 진주 대첩을 이끌었던 김시민이 김성일과 뜻을 같이 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의 국가 에너지 정책에 '급선회'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탈원전 정책의 방향성 논란일 수도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세계의 에너지 및 곡물에 큰 변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러시아, 미국, 중국 등 우리를 둘러싼 나라들이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우리의 외교 균형 감각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런 국제 정세 변화와 더불어 예측 불가능의 난이도가 높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서 국가 정책 입안자들만 닦달할 일인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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