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상승)'을 단행하는 등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이 되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190만 명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8일 금융감독원이 금리 상승과 가계 대출 차주의 상환 능력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 대출 1616조 2000억 원 중 평균 금리(3.96%)가 3%포인트 상승하면 대출자 1646만 명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어서는 사람이 19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140만 명에서 50만 명이 늘어난 규모다. 이들의 부채 금액은 357조 5000억 원에서 480조 4000억 원으로 122조 9000억 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DSR 90% 초과 차주의 숫자는 평균 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 9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30만 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부채 금액도 254조 원에서 336조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DSR이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와 대출 원금이 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70%를 넘으면 일반적으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로 분류된다.
현재 시장 상황으로 보면 시중금리 7% 시대는 조만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긴축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약 12년 만에 6%(상단 기준)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4.09%로 5월(4.05%)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일반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리는 이미 5~6%대를 넘어섰다.
둔산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 모씨(대전 서구·52)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임대료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코로나가 다시 확산한다고 해 걱정인데 대출 이자까지 계속 늘고 있어 살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맞벌이 직장인 이 모씨(대전 서구·41)는 "얼마 전 분양을 받아 좋았는데 전세자금대출에, 중도금 대출까지 받고 있다. 앞으로 입주 때 받아야 하는데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올라서 걱정"이라면서 "그동안 내고 있는 대출이자 갚기도 빠듯했는데, 금리가 계속 오르면,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 답답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